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밤중 SNS에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인 남욱 변호사의 과거 인터뷰를 소환하며 불법 정치자금 연루 의혹을 부인한 가운데, 남 변호사 측은 검찰에 관련 증거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20일 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어떤 말이 진실일까?”라며 1, 2번 보기를 제시했다. 그는 “12년간 트라이해 이재명은 씨알도 안 먹혔다고 인터뷰한 남욱이(2021.10.)”이라면서 남 변호사의 1년 전 JTBC 인터뷰 영상 일부를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남 변호사는 “내가 아는, 12년 동안 내가 그 사람(이재명 대표)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많이 해왔겠어요. 아유 씨알도 안 먹혀요”라고 말했다. 영상에는 “이유 씨알도 안 먹혀요”라는 발언을 강조하면서 ‘남 변호사의 발언은 대체로 이재명 지사와 이 사건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취지였습니다’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이 대표는 이어 “그 이전(2021. 7-8월)에 이재명의 대선 경선자금을 줬다고 최근 검찰 진술했다는데(2022. 10.)”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어떤 말이 진실일까요? 1) 1년 전 JTBC 인터뷰 2) 최근 검찰 진술”이라고 물음을 던졌다.
이는 ‘검찰 수사가 조작이자 탄압’이라는 기존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답정너’(‘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는 뜻의 신조어)식의 문제 제시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도 남 변호사의 해당 발언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진실은 명백하다”면서 “만약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대선자금으로 줬다는 주장이 맞다면 남욱이라는 사람이 지난해 가을쯤 귀국할 때 ‘10년 동안 찔렀는데도 씨알 안 먹히더라’라고 인터뷰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끼리 주고받은 돈 이런 것은 성남시장실이 알게 되면 큰일 난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자’ 이런 얘기들이 내부 녹취록에 나온다”면서 “정권이 바뀌고 검찰이 바뀌니까 말이 바뀌었다. 이런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의총 이후 “대선 자금 운운하는데 불법 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며 “김용 부원장은 오랫동안 믿고 함께했던 사람인데 저는 여전히 그의 결백함을 믿는다”고도 언급했다.
한편 2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김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와 공모해 지난해 4~8월 남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최종 받은 돈은 6억원으로 보고 있다. 남 변호사가 준 돈 중 1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사용하고, 나머지 1억원은 지난해 9월 대장동 비리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유 전 본부장에게 대선 자금 용도로 20억원 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요구를 남 변호사에게 전달했고, 남 변호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8억원 가량의 현금을 준비해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부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남 변호사는 검찰에 “지난해 김 부원장에게 8억원을 건넨 게 맞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과 관련한 자금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유 전 본부장 진술과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남 변호사 측은 또 중간 전달책 역할을 했던 이모씨가 돈을 전달한 시기와 장소, 액수를 적어둔 메모 내역을 검찰에 물증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