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역대 정권 중 북풍 종북몰이 수사와 야당·언론 탄압으로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박 전 원장은 20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오늘 이재명 대표가 그러한 사실(대선 자금 의혹)이 없다고 부인하는 것을 보니 결국 이길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 핵폭탄을 터뜨리고 있지만 결국 이긴다. 북한의 핵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이 전직 대통령, 제1야당 대표에 내리는 핵이 더 무섭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그렇게 해서 지지도를 올릴 수도 없지만 그런 비정상적인 방법은 옳지 않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이재명 대표가 요구한 대로 영수회담을 하든 다자회담을 하든 대북, 경제, 외교 해결하는데 지혜를 합칠 때다. 날만 새면 싸우고, 밤에는 내일 싸울 거 연구하고. 이따위 짓 해서 뭐가 되겠나”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패널인 진중권 광운대 교수가 “검찰은 검찰 일을 해야 한다. 이번 정권 시작하기 전에 기소됐던 것들인데 북핵 터지면 검찰은 놀고 있어야 하나”라고 묻자 박 전 원장은 “누가 놀라고 그러나? 뻔히 알면서 뭘 그러나”라고 받아쳤다.
박 전 원장은 “저는 일찍부터 사정할 일 있으면 신속하고 빨리 하라고 했다”며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사정해서 90% 이상 국민적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IMF 외환위기가 와서 나라가 망했지 않았나. 이 길로 가지 말자는 거다”라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또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통령 중 제일 쉽게 대통령이 되신 분”이라며 “제가 국회 있을 때 보면 쉽게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꼭 쉽게 망한다”고 말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는 “민주당, 정의당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통령께서 그렇게 분열을 조장하고 종북몰이로 나가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협치를 하라고 요구했는데 그 협치의 대상이 누구냐. 결국 민주당이고 정의당”이라며 “야당 탄압, 언론 탄압해서 성공한 정권은 없다. 왜 실패의 길로 가느냐”고 거듭 비판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선 “사법부에서 판단할 일이지만 최소한 서 전 장관의 영장은 기각될 것 같은 기본적 상식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전 원장도 조만간 소환될 거라는 예측이 있다’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빨리 좀 불러달라고 얘기해달라”고 답했다.
박 전 원장은 “최근 보도에 의하면 저의 진술 여부에 따라 문재인 전 대통령한테 칼끝이 갈 거라고 하더라. 청와대로부터 어떤 얘기도 듣지 않았는데 내가 무슨 진술을 하나. 칼날은 문 전 대통령에게 가는 것”이라며 “북송 어부 사건에 대해선 당시 국정원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르지만 이건 정책적 판단이다. 과거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바로 북송시킨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