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 있나”…빵공장 직원 빈소, ‘파바 빵’ 보낸 SPC

입력 2022-10-21 04:29 수정 2022-10-21 06:28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A씨(23)의 빈소에 SPC 직원들이 두고 간 파리바게뜨 빵. A씨 유족 측 제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SPC가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홀로 작업하다 끼임 사고로 숨진 직원의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을 답례품으로 보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PL 제빵공장에서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진 20대 여성 노동자 A씨(23)의 장례식장에는 파리바게뜨 빵이 담긴 박스 2개가 놓였다. SPC 사측이 직원 경조사 지원품(답례품) 명목으로 두고 간 것이었다.

유족이 이날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박스 안에는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이 담겨 있었다. 유족은 “SPC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는데 이걸 답례품으로 주라고 갖고 온 게 이게 말이 되느냐”며 “인간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냐고 내가 막 화를 냈다”고 YTN에 말했다.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열린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A씨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사진이 온라인이 퍼지면서 비판 여론은 일파만파 번졌다. 고인과 유족에 대한 사측의 배려가 아쉽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민주노총은 공식 트위터에 “해도 해도 너무한다. SPC 절대 사지도, 가지도 맙시다”라며 SPC에 대한 불매 운동을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SPC 측은 직원들에게 통상적으로 지원되는 상조 지원품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SPC 측은 “내부 직원이 상을 당했을 때 숟가락·젓가락 등 상조용품과 함께, 식사를 제때 못하는 상주나 일하는 분들을 위해 추가로 빵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면밀히 살피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직원 사망 사고 발생 이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 내부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지난 15일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후 SPC 측의 대응을 두고 연일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를 목격한 직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했음에도 다음 날 출근을 지시했고, 사고 현장을 흰 천을 덮어 임시로 가려놓은 채 그 옆에서 작업을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날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SPL 본사와 제빵공장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공장 안전책임자를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SPL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