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도 가끔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연뉴스]

입력 2022-10-21 00:02
게티이미지뱅크.

가끔 부모님께 별것 아닌 일에도 툴툴거리고 신경질을 부릴 때가 있는데요. 자녀들의 응석을 조용히 받아주시다가도 응원이 필요할 때는 열렬한 지지를 보내주시는 부모님. 이런 부모님이 없다고 생각하면 참 마음이 공허합니다. 최근 온라인에 돌아가신 아빠가 그립다는 글이 올라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지난 20일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20대 중반 여성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아버지는 중학생 때 돌아가셨는데 사실 그 전부터 알코올 중독으로 가장 노릇이란 걸 하신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 인생에 아빠가 있었던 적은 유년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운을 뗐습니다.

A씨는 “제 자부심은 아빠 없이도 번듯하게 잘 자라 왔다는 거였다. 엄마가 고생하긴 했지만 홀로 돈을 벌고 저와 제 동생들을 키웠으니 사실상 저와 제 동생들은 방치된 상태에서 자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환경에서도 삐뚤어지지 않고 착실하게 잘 살아서 이른 나이에 독립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제 자부심 중 하나였다. 나한테는 아빠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아빠의 부재가 저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타격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는지 모르겠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제게도 무언가를 도전할 때 의지할 버팀목이 되어 줄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고, 걱정 없이 지원하라고 등 떠밀어 줄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서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하는 제가 자랑스러웠는데 그동안 지쳐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그저 다정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사실 든든하게 지원해 주지도, 버팀목이 되어 주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저에게도 다정한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지나가다 밥은 먹었냐고 안부 물어 주는 아빠가…”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정말 어떨 때는 아빠같이 자상한 모습으로 비빌 언덕이 돼 준다. 그래도 아빠의 부재는 채워 지지가 않는 것 같다. 남자친구는 남자친구고 아빠는 아빠다. 부녀가 다정한 모습을 보면 다른 생각보다 그냥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저 사람이 우리 아빠가 되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이상한 것 맞는 것 같다. 정신과 가야 하나”라며 “지금의 삶도 행복하지만 아빠가 있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 이미 아빠는 죽었고 평생을 바란다고 해도 다시는 아빠라는 존재가 없을 것이란 사실이 마음을 공허하게 만든다. 저와 비슷한 환경이셨던 분 중에 이런 마음이 드셨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습니다.

A씨의 사연에 많은 누리꾼은 지금까지 잘 해왔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아빠의 부재가 공허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 이상한 게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스스로 자랑스러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감히 뭐라고 위로하기 힘들 만큼 대단한 사람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원동력으로 앞으로도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너무 좋은 남자친구가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공허함을 채워가는 것도 방법이다’ 등의 말을 전했습니다.

‘아빠’라는 단어는 참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두 글자입니다. 치열하게 달려온 삶 속에서 아주 잠깐이라도 아빠의 어깨에 기대고 싶은 A씨. 여러분이라면 A씨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주실 건가요?

◆사연뉴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