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방어선’ 달러당 150엔 붕괴… 32년래 최악 엔저

입력 2022-10-20 16:45 수정 2022-10-20 17:09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 직원이 지난 3월 23일 달러화와 엔화를 검수하고 있다. 뉴시스

엔·달러 환율에서 ‘심리적 방어선’인 달러당 150엔이 뚫렸다. 일본에서 ‘거품 경제’가 무너지고 30년 넘은 장기 불황에 들어갔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일본 교도통신은 20일 “오후 4시42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달러당 150엔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엔·달러 환율은 다시 149원대로 내려와 등락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에 표시된 엔·달러 환율은 오후 5시 현재 달러당 149.9엔이다. 이미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 반대로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얘기다.

달러화가 워낙 강세지만, 주요 경제권 통화와 비교해도 엔화는 약세다. 엔, 유로, 영국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프랑의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오후 5시 현재 0.12% 하락한 112.848달러를 표시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엔·달러 환율의 ‘심리적 방어선’인 달러당 150엔 목전에서 긴급 채권 매입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를 금리 0.25%에 무제한 매수 주문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미 매수 주문을 내 채권 매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은행이 10∼20년물 국채 1000억엔, 5∼10년물 국채 1000억엔 매입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1000억엔은 우리 돈으로 956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약 2조원을 들여 장기 채권 매입에 나선 것이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한때 0.05%포인트 뛴 2.55%까지 상승해 연이틀 일본은행의 정책 상한선을 돌파했다. 일본은행은 1년물 국채 금리를 0.25% 선으로 유지하기 위한 수익률 곡선 통제, 이른바 ‘일드 커브 컨트롤(YCC)’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이 일본은행의 YCC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이날 긴급 채권 매입을 통해 YCC 정책 유지 방침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