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20일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과거 본인 또한 미혼 시절 스토킹 범죄 피해자였다고 밝혔다.
오 박사는 “스토킹은 구애가 아니라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 특히 법을 다루는 경찰‧검찰‧법원 관계자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박사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사람 없다’가 지나치면 집착과 스토킹인데 본인(가해자)은 그걸 구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의 사람들은 집착에 대해 명확히 거부하면 미안하다고 하는데 스토커의 경우 상대방의 의사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굉장히 일방적이고, 공격적이고, 강제적이고, 맹목적이며 대상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갖고 이를 사실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오 박사는 “저도 예전에 정신과 레지던트를 하던 때 스토킹 피해자였고 정말 괴로웠다”고 과거의 피해를 언급했다.
다른 사람의 청첩장에 오 박사의 이름을 판 청첩장을 매일같이 의국에 보내거나, 갑자기 병원에 나타났다가 우산으로 찌르는 위협을 했다고 오 박사는 전했다. 어느 날은 팔에 담뱃불 지진 것을 보여주며 협박을 했다고도 한다.
오 박사는 “몇십 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경찰에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경찰은) ‘미혼 남자가 미혼 여자를 좀 유별나게 좋아하는 건데 그걸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토킹 범죄에서 중요한 것은 법 집행을 하는 경찰이나 검찰, 판사, 공무원들이 인식을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정도(유별나게 좋아하는 것)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피해자는)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출소를 하루 앞두고 다른 성범죄 혐의로 재구속된 연쇄 아동 성범죄자 김근식(54)씨에 대해서도 성 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오 박사는 “소아성애자를 감옥이나 다른 기관에 가두는 것은 가두는 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욕망이나 상상을 바꾸지 못한다”며 “감시를 수반한 약물치료 등 장기적 치료를 통해 아주 일부가 조금 좋아져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 근본적 해결책은 못 되지만 약물치료가 가장 좋은 대책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