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 30억 챙겨”…‘전원해고’ 푸르밀 직원들 투쟁 예고

입력 2022-10-20 16:04
18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식품기업 푸르밀은 지난 17일 전직원 정리해고를 통지하며 다음달 30일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사업종료를 선언하며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직원들은 회사의 일방적인 사업종료와 해고 통보에 반발하면서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회사가 폐업하기까지 경영진이 보여온 무능과 무책임한 행태가 알려지면서 도덕성 논란이 불붙는 양상이다.

푸르밀 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저녁 성명을 내고 “신준호, 신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낀다”며 “강력한 투쟁과 (함께) 생사의 기로에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집단행동 계획과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푸르밀은 앞서 지난 17일 사업 종료를 선언하면서 400여명의 본사·공장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사전 협의조차 없이 일괄 정리해고를 통보한 사측의 행태를 놓고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노조는 사측에 대해 “소비자 성향에 따른 사업 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 영업을 해왔다”며 “모든 적자의 원인이 오너의 경영 무능에서 비롯됐으나 전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불법적인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준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취임해 오너 체제로 전환한 뒤부터 위기가 찾아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실제로 푸르밀은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전문경영인 남우식 전 대표 체제에서 꾸준히 영업이익을 냈으나 2018년 신동환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 이후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2018년 푸르밀은 매출 2301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손실 15억원을 거두며 적자 전환했다. 이후 영업손실은 2019년 89억원, 2020년 113억원, 지난해 124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같은 상황 속에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임금 삭감과 공장 인원 축소를 감내했지만 신 회장의 급여는 그대로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 회장은 올해 초 퇴사하면서 퇴직금 30억원을 챙겨갔다고 질타했다.

노조는 “이는 350명 직원들의 가정을 파탄시키며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 행위”라며 “신준호, 신동환 부자를 강력 규탄한다”고 말했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서도 “경영진이 이런 식으로 직원들을 내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배신감을 느끼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표이사 면담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빌었다”며 “노조 대표자로서 자존심 깎이고 창피하지만 ‘원하시면 노조도 제 손으로 해산하겠다’고 사정했더니 대표이사는 ‘더는 얼굴 볼 일 없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푸르밀의 직원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통보에 협력업체 직원 약 50명, 화물차 기사 약 100명도 피해를 보게 됐다. 푸르밀과 직접 공급 계약을 체결한 낙농가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그동안 푸르밀은 직접 계약한 20곳 안팎의 낙농가와 낙농진흥회에서 원유를 공급받아 왔다. 푸르밀에 독점 납품을 해 온 24개 낙농가 관계자들은 오는 2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푸르밀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푸르밀 대구·전주 공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이번 사태를 조사 중이다. 일괄 정리해고 통보 전에 사측이 성실하게 협의를 해왔는지와 절차·요건상 합당했는지 등을 조사해 부당해고 여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