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인 절반이 ‘다중 노쇠’에 시달린다

입력 2022-10-20 14:26 수정 2022-10-20 14:35
국민일보db

국내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신체적 노쇠와 함께 인지·정신·사회 기능의 문제를 겪는 ‘다중 노쇠’에 해당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시설 입소율과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윤환 교수는 전국 65세 이상 인구를 대표하는 표본인 2008년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해 9171명을 대상으로 3년 추적조사한 결과를 노인학 분야 국제 학술지 (악액질·근감소·근육저널)에 발표했다고 20일 밝혔다.

인지 기능은 경도인지장애(치매 전단계)를 의미하며, 정신 기능은 우울증, 그리고 사회 기능은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독거, 사회적지지 부재, 낮은 사회활동 등을 말한다.

전체 연구 대상자 9171명 중 건강한 노인 30.6%, 신체적 노쇠만 있는 경우 20.1%, 두 가지 영역 저하가 있는 경우 25.2%, 세 가지 영역 저하가 있는 경우 18.0%, 네 가지 영역 저하가 모두 있는 경우 6.1%였다. 이를 보면 대상자의 절반 가까이(49.3%)가 두 가지 이상의 기능 영역에 문제가 있는 다중 노쇠 상태였다.

주목되는 점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신체적 노쇠 한 가지만 있는 경우, 시설 입소 위험이 1.97배, 사망 위험은 1.14배 높은 반면 두 가지, 세 가지 기능 영역에 함께 문제가 있는 경우 시설 입소 위험도가 각각 2.07배, 2.89배, 사망 위험은 1.81배, 1.91배로 더 높아졌다.
특히 신체적 노쇠와 함께 인지·정신·사회 네 가지 기능 모두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시설 입소율이 3.48배, 사망률이 3.95배까지 높아졌다. 이외에도 어떤 기능 영역에 이상이 있는지에 따라 위험의 정도도 차이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신체적 노쇠와 우울증이 동반한 경우 입소율은 2.85배, 사망률은 2.47배 높았다. 특히 신체적 노쇠와 인지장애, 낮은 사회기능 상태가 동반한 경우, 신체적 노쇠와 인지장애, 우울증이 동반한 경우 입소율(각각 3.94배, 3.18배)과 사망률(2.41배, 1.97배)이 다른 기능 이상에 비해 위험도가 더 높았다. 연구팀은 신체적 노쇠와 함께 우울증, 인지장애가 함께 있는 경우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체적 노쇠는 노화가 급속히 진행돼 항상성 유지가 어려워져 외부 스트레스(감염, 낙상, 수술 등)에 취약한 상태로 장애, 요양시설 입소, 사망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증후군이다.

노쇠한 노인은 전형적으로 근력이 약하고, 걷는 속도가 느리며 낮은 신체활동, 활력 저하,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 등의 증상과 징후를 보인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8.3%가 노쇠하며 49.3%가 전 노쇠 상태다.

이윤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중 노쇠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신체 기능의 저하뿐 아니라 인지, 정신, 사회 기능의 저하에 경각심을 갖고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회 노인을 대상으로 노쇠의 다중적 평가를 통해 취약한 기능 상태에 따른 맞춤형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