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을 횡령 혐의로 고소한 방송인 박수홍(52)이 검찰 대질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부친에게 폭행당한 바로 다음 날 예정됐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박수홍은 19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 스타’(MBC·이하 ‘라스’)에서 ‘여러 일이 있어 걱정했는데 아내가 있으니 얼굴이 좋아졌다’는 MC 김구라의 인사말에 “아내가 분장부터 오늘 의상까지 전부 다 해줬다”며 웃어보였다. 박수홍은 23살 연하의 아내와 지난해 7월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됐다.
박수홍은 근황을 묻는 김국진의 말에 “아시잖아요, 뉴스에…”라며 에둘러 답했다. 그는 “형수님(강수지) 아버님 장례식장에서 뵀는데 (국진 형이) 수지 형수님에게 ‘알지? 내 동생. 뉴스와 사회면에서 활약하고 있는’이라고 소개하시더라”며 웃었다. 자신의 현 상황을 무겁지 않게 전한 것이다.
박수홍은 “이제는 예능에 많이 나와야 한다. 직업이 예능인인데 다른 데를 너무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또 그간 출연해 온 고정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동치미’ ‘알짜왕’ 제작진이 (나에 대한) 하차 요구가 많았을 때도 의리를 지켜줬다. 너무 고맙다”고 했다.
박수홍은 수십년간 자신의 매니지먼트를 맡아오며 출연료 등 11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친형을 고소했다. 검찰은 친형이 총 61억7000만원을 임의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그를 구속 기소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박수홍은 지난 4일 검찰에 대질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뒤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갔다. 그 바로 다음 날인 5일이 ‘라스’ 녹화 일이었는데, 박수홍은 제작진의 만류에도 폐가 될 수 없다며 촬영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홍은 “오늘 녹화 전에 아내가 ‘절대 울지 말고 많이 웃겨주고 오라’고 응원해줬다”면서 “제가 활약을 안 해서 그렇지, 웃기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 아니면 벌써 퇴출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수홍은 김국진 박경림 등 지인들이 곁에서 도움을 줬다며 고마워했다. 특히 유재석은 매일 전화를 해와 ‘나가서 운동하라’며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또 수차례 거절했는데도 유재석이 결혼 축하 선물로 세탁기와 건조기 세트를 사줬다며 “동생인데 나도 모르게 존칭을 쓸 뻔했다”고 장난기 섞어 고마움을 전했다.
박수홍은 “이렇게 위기를 겪고 나니까 정말 좋은 점이 있다”며 “내 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사람과 진짜 내 편을 정확하게 깨닫게 됐다”고 털어놨다.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박수홍은 “정말 안정감이 든다”면서 “예전에는 성공하는 게 대단한 것만 같았다. 근데 진짜 성공은 아침에 눈떴을 때 사랑하는 아내가 날 반겨주고 침대맡에는 다홍이(반려묘)가 자는 걸 보는 거다. 이런 게 성공인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박수홍은 또 “제가 요즘 홈쇼핑에 출연해서 매진을 많이 시킨다. 약간 불쌍해서 사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집에 들어가면 와이프가 ‘아빠 또 매진했어요’ 하면서 반려묘 다홍이에게 절을 시킨다. 그게 행복의 전부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박수홍은 ‘라스’에서 최초로 알리고 싶은 소식이 있다면서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알렸다. 박수홍은 “아내와 혼인신고만 하고 여러 일이 있어서 결혼식을 아직 못했다. 아내에게 꼭 면사포 씌워주고 싶다”며 “크게 안 하고 정말 고마운 분들만 모셔서 치를 거다. 주례 없이 하객들이 축사하는 게 어떨까 싶다”고 설명했다.
MC 김국진이 조심스럽게 “결혼식에 부모님은?”이라고 묻자 박수홍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차차 제가 풀어나갈 일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다홍이 동생은?’이라며 2세 계획을 묻는 진행자 질문에는 “그거는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박수홍은 최근 건강관리에 신경쓴다며 “건강해야 2세도 가질 수 있지 않냐”며 “예전에는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았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반토막이 났다. 영양제를 많이 먹고 있다. 아내가 많이 챙겨준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수홍은 방송 말미에 “이제는 편안하게 지켜봐 달라. 앞으로 예능에 나와서 웃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감사한 사람들에게 갚으며 살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면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