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벗이자 분신”…김용 체포 날, 이재명 ‘무표정·침묵’

입력 2022-10-20 06:06 수정 2022-10-20 10:43
2019년 12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김용의 북콘서트’에서 손 하트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용 부원장이 검찰에 체포된 1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로 들어서는 이 대표. 김용 부원장 블로그 캡처, 공동취재사진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들로부터 8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9일 검찰에 체포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랜 인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경기·성남’ 정무라인 핵심 참모 중 한 명이다. 두 사람은 과거 성남 분당 지역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2009년 김 부원장이 분당구 야탑동 매화마을 2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을 맡을 당시 지역 변호사였던 이 대표에게 리모델링 추진 관련 법률 자문을 구하면서 가까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후 성남시의원으로, 경기지사 시절에는 경기도 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줄곧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이 대표는 김 부원장이 2020년 4·15 총선 출마를 위해 2019년 12월 경기도 대변인직을 내려놓자 김 부원장의 출판기념회에 직접 참석해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지역에서 조합 활동을 하고 있던 (김 부원장을) 제가 차출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2019년 12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김용의 북콘서트’에서 손 하트를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김용 전 대변인은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제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김용 부원장 블로그 캡처

김 부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이재명 최측근’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7월 ‘열린캠프’ 구성 당시 재선의 김병기 김병욱 김윤덕 의원 등과 나란히 총괄부본부장에 이름을 올려 대선자금 조달 및 조직 관리 등 업무를 담당했다. 김 부원장은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서 별다른 직을 맡지 않다가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뒤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이 대표는 경선 국면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함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키맨’으로 떠오르자 유 전 본부장과의 측근설을 부인하며 “(측근이라면) 지근거리에서 보좌를 하든지 정진상(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저녁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놓고 검찰과 민주당의 대치가 계속 중인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으로 김 부원장의 신병을 확보하고 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김 부원장의 근무지인 민주연구원 압수수색도 시도했으나 민주당의 반발로 집행하지 못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유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업자 측으로부터 총 8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돈이 오간 것으로 특정된 시기는 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때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추후 민주당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 ‘최측근 체포’와 ‘검찰과의 8시간 대치’ 등과 관련한 질문에 입을 닫은 채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당은 20일 오전 9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국정감사 보이콧 등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검찰은 민주당 반발로 집행이 저지된 압수수색을 추후 재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