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대치… 野 “이거 못 뚫어” 檢 “뚫으러 온 거 아냐”

입력 2022-10-20 04:39 수정 2022-10-20 10:35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검찰이 19일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있는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8시간 가까이 대치한 끝에 물러났다. 같은 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한 데 이은 강제수사 행보였다. 민주당은 “여긴 못 뚫는다”고 막아섰고, 검찰은 “뚫으러 온 게 아니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오후 3시5분쯤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도착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려다 실패하고 오후 10시47분쯤 현장을 떠났다. 7시간42분 만의 철수였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대치한 민주당사 앞에서는 날선 말들이 오갔다.

2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자신이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했다고 소개한 검사는 민주당 의원에게 “불과 몇 년 전에 제가 어떤 사건을 수사할 때는 민주당 의원님들 박수치시고 잘하고 있다 하셨는데 이제는 정치검찰이라고 하시나”라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대치 과정 중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해당 검사에게 “식사들 하셨어”라고 물었다. 검사가 “아직 못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가서 식사해, 뭐하는 짓이야. 이거 못 뚫어”라고 힐난했다. 이에 검사는 “저희는 뚫으러 온 게 아니다. 당연히 협조하에 영장집행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 부원장이) 근무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뭘 압수수색할 게 있다고 서로 피곤하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에서도 “검찰, 이러고 조용히 끝날 줄 알아”라고 항의가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김 의원이 재차 “가서 식사하시고, 적법 절차에 의해서 하자”고 말했고, 검사는 “적법절차 막고 계신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말 압수수색할 곳은 윤석열 대통령 장모다”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검사는 “제가 모든 사건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이어 검사는 “의원님, 국민들이 잘못 알까 봐 걱정된다”며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아니다. 민주연구원에 있는 한 근무자의 사무공간만 확인하는 거다”라고 영장집행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돌아온 건 “어디 눈을 째려보고 그래”라는 고성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해당 검사는 대치 과정에서 “저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검사고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불과 몇 년 전에 제가 어떤 사건을 수사할 때는 민주당 의원님들 박수치시고 잘한다고 하던 분들이 이제 정치검찰이라고 하신다”며 “저는 저에게 배당된 사건을 있는 그대로 실체에 따라 판단할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밤늦게 철수하면서 “피의자 사무실에 대한 절차에 따른 압수의 집행이 이뤄지도록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애석하다”며 “금일은 안전사고 우려 등을 고려해 철수하고 추후 원칙적인 영장집행을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압수수색 소식에 국정감사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뒤 당사에 집결했다. 민주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 부원장은 부원장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개인의 소장품이나 비품을 (민주연구원에) 갖다놓은 것도 일절 없다”며 “그럼에도 제1야당의 당사까지 와서 윤석열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져 있는 윤석열 정권이 정치쇼를 통해서 탈출구로 삼으려는 저열한 정치적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