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오늘날의 기업을 평가하신다면 어떤 요소를 주요 평가지표로 사용하실까? 필자는 사도 요한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신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개 교회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2022년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ESG 평가의 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MSCI, S&P, Bloomberg, Thomson Reuters, FTSE Russel 등 ESG 전문평가기관이나 의사결정에 ESG성과를 반영하려는 투자자, 채권자, 소비자 등은 기업에서 공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또는 ESG경영보고서)나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ESG관련 활동보고서를 참고하게 된다. 이러한 ESG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기준을 제시하는 국제적인 기구가 있는데 GRI, SASB, ISO, GHG Protocol이 그들이다. 이들 중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채택되어 전 세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시 인용되는 체계가 GRI(Global ReportingInitiative) 지침이다.
GRI가 제시하는 여덟 개의 작성원칙 중에는 지속가능성 문맥(sustainability context), 완전성(completeness), 정확성(accuracy) 등이 들어가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인류가 직면한 시급한 환경, 사회, 경제적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이루기 위해 기업이 이해관계자로 표현되는 공동체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정보는 정확하고 완전하며 목적적합하게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제공된 정보는 기업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ESG경영을 실천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도록 일정한 질적 특성을 갖추자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국제회계기준재단(IFRS Foundation)에 합병된 또 다른 ESG경영보고서 작성기준 제정 기관인 가치보고재단(VRF)의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기준에도 유사한 보고서 작성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ESG활동에 대한 기업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요한계시록 2장과 3장에 보면 예수님께 칭찬받은 교회와 책망받은 교회 일곱교회가 등장한다. 그중 빌라델비아교회는 서머나교회와 더불어 예수님께 칭찬만 받은 교회이고, 라오디게아 교회는 책망만 받은 교회이다. 신약성경의 제일 마지막 권인 요한계시록은 핍박과 고통을 당하는 일곱교회의 성도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자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받은 사도 요한이 쓴 서신서이다.
역사학자들은 사도 요한이 이 서신을 기록한 시기가 서기 90년대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로마 제국의 황제를 신으로 섬겨야 한다고 선포하고 자신을 우상화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세력을 탄압하던 시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빌라델비아교회가 무엇 때문에 예수님께 칭찬을 들었고 라오디게아 교회는 책망만 받은 교회가 되었는지를 살펴보면 21세기 기업이 ESG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빌라델비아라는 도시명 원래의 의미는 헬라어의 사랑이란 뜻의 ‘필로스(philos)’와 형제라는 뜻인 ‘아델포스(adelphos)’라는 말의 합성어로 ‘형제사랑’이라는 뜻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필라델피아도 이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빌라델비아교회가 칭찬을 받은 가장 큰 요인은 ESG경영의 핵심 요소와 맞닿아 있다.
빌라델비아교회는 일곱 교회 중에서 가장 역사가 짧고 규모도 가장 작았다. 옆에 있는 라오디게아교회와 같은 재력과 영향력도 없었다. 라오디게아교회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지만, 타성에 빠진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책망을 들었던 교회이다. 요한계시록 3장 17절에 보면 예수님은 라오디게아 교회에게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먼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 책망하신다. 안락함과 자만에 빠져 공동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 메말라 버린 자기중심적인 라오디게아교회에 대한 예수님의 평가인 것이다. 라오디게아교회는 마치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관찰한 지역사회의 이웃과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했던 일부 기업의 모습과 같다.
빌라델비아교회는 에베소교회처럼 두란노서원 같은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도 없었고 성도들은 대부분이 가난한 하류계층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빌라델비아 교인들이 사회 최하류층의 삶을 산 이유가 있다. 그들이 배우지 못했거나 게을렀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신앙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황제 숭배에 동참을 요구하는 상인 조합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자들과의 사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온갖 향락적인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는 상황을 피해 신앙의 진정성을 지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상숭배를 하지 않고 부패한 기득권 사회에 들어가지 않게 되면서 어려운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빌라델비아교회의 성도들은 신앙을 지키고 교회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다. 빌라델비아 지역은 포도 농사에 가장 적합한 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포도주 산업으로 유명했다.
빌라델비아 교인들은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아시아 지역 작은 교회들이 성찬에 쓸 포도주를 정성을 다해 준비해 무료로 공급하기도 했다. 이들의 진정성 있는 믿음의 헌신에 예수님이 감동하신 것이다. 빌라델비아교회는 ESG경영에서 G에 해당하는 윤리경영을 실천하며 S에 해당하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하는 신앙공동체였다는 것이다. 기쁨으로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했으며 작은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산출한 ESG경영의 성과는 예수님의 최고의 칭찬을 받은 것이다.
요한계시록 3장의 말씀은 예수님은 단순히 숫자의 크기로 기업의 ESG성과를 평가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알려준다. 예수님이 교회를 평가하신 방식은 ESG경영의 평가 시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원리가 될 수 있다. 규모와 관계없이 변치 않는 진정성을 가진 지속적인 ESG경영활동을 소비자들이 높게 평가하고 시장에서도 그들의 진정성이 더욱 높게 평가받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다음 회, ESG경영과 그린교회)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부장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