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은 가운데 지난 5년여간 은행권에서도 수백건의 전자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 13개 은행에서 발생한 전자금융사고는 총 42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28건은 장애 지속시간이 만 하루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 종류별로 보면 시중은행(국민·우리·신한·하나·SC·씨티)에서 발생한 사고가 247건(58.6%)으로 가장 많고 인터넷은행(케이·카카오·토스) 105건, 특수은행(산업·기업·농협·수협) 69건 등의 순이었다.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의 전자금융사고가 7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44건), SC제일은행(43건), 하나은행(34건), 국민은행(31건), 씨티은행(23건) 순이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전산사고 72건 중 60%가 2018년 차세대 시스템 도입 당시 은행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한 특수성을 감안하면 다른 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현재 우리은행 전산시스템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터넷은행에서는 카카오뱅크가 52건으로 전자금융사고가 가장 많았다. 케이뱅크(37건)와 토스(16건)가 그 뒤를 이었다. 다만 토스는 2021년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짧은 업력 대비 많은 전자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수은행 중에서는 산업은행이 3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수협은행 16건, 농협은행 15건, 기업은행 6건 등이었다.
은행권의 연도별 전자금융사고 건수는 2017년 68건에서 2018년 107건으로 증가한 후 2019년 54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2020년 67건, 2021년 76건, 올해 7월 기준 49건이 집계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전자금융사고 421건 중 피해복구에 소요된 시간이 24시간 이내인 경우는 393건(93.3%), 24시간을 넘긴 사고는 28건(6.7%)이었다. 복구에 24시간 이상 소요된 사고 중 20건은 시중은행에서 발생했는데 우리은행이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 3건, 국민은행과 씨티은행 각 2건, 신한은행 1건, SC제일은행 0건이었다.
시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중에서 복구하는데 만 하루가 넘게 걸린 사고는 농협은행 3건, 수협은행 2건, 카카오뱅크 2건, 토스 1건 등이었다. 복구에 10일 이상 걸린 사고는 6건 있었는데 우리은행 2건, 국민은행·하나은행·수협은행·카카오뱅크가 각 1건씩이었다.
특히 우리은행은 2018년 정보유출 사고로 ‘인터넷뱅킹 대량 부정접속’이 발생해 복구에만 33일이 걸렸다. 하나은행도 2017년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금리 감면 누락 발생’ 사고가 생기면서 복구에 27일이 소요됐다.
지난 2020년에는 카카오뱅크에서 외부요인으로 발생한 ‘후불 교통카드 기능 불가’ 사고를 복구하는 데 16일이 걸렸다. 지난 6월 수협은행에서 프로그램 오류로 ‘지급이자 과소 계산’ 사고가 발생해 12일이 지나 복구됐다.
양 의원은 “은행들의 전산금융사고가 매년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는 것은 사고발생 시 강력한 제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이 소홀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입었을 피해에 대한 보상과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수립되도록 금융감독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