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립준비청년 최소 32명 생사 불명, 3년간 20명 사망

입력 2022-10-19 18:35

지난해 최소 32명의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 아동)이 시설을 떠난 뒤 연락이 끊겨 생사조차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3년간 최소 2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사망한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정부가 자립준비청년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 자립수당 신청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자립수당 지급 대상자는 모두 7270명이었다. 하지만 이 중 32명이 수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미신청 사유로는 ‘연락두절’이 27명, ‘미연락’이 5명으로 집계됐다.

연락두절은 지방자치단체나 보육시설이 수당 신청 대상에게 연락했으나 닿지 않은 경우이고, 미연락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시설 퇴소 이후 자립준비청년의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가 공개된 건 처음이다. 2020년 기준으로는 연락두절·미연락이 94명이나 됐다.

전년도 미신청자와의 중복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신규 인원으로 가정할 경우 최근 2년간(2020~2021년) 시설 퇴소 후 연락두절 상태인 이는 126명까지 늘어난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락이 닿지 않은 사유와 중복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실태 파악에 구멍이 있다는 뜻이다.

자립준비청년 ‘사망’으로 지원금 지급이 중단된 경우도 3년간 20명에 달했다. 2019년 자립수당 지원 제도 신설 이후 처음 집계됐다. 사망한 20명은 10~20대로 어린 나이임을 감안하면 질병이나 사고사뿐 아니라 극단적 선택을 통해 세상을 등진 경우가 상당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설 퇴소 후 홀로 사회로 나서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심리적·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달 광주에서 대학생인 자립준비청년 2명이 며칠 간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육시설에서 중도 퇴소한 ‘보호중단 아동’이나 보호종료 이후 5년이 지나 자립수당 지급 대상에서 빠진 이들의 사망 여부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강 의원은 “정부의 자립수당 정책은 경제적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미처 연락을 받지 못한 청년들, 연락이 두절된 청년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확인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립준비청년들이 어떠한 경위로 사망했는지 그 원인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