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면서 포병사격을 금지한 해상완충구역에 연이어 포격을 가하고 있다.
당초 중국 공산당 대회가 열리는 지난 16일∼22일 기간에는 북한이 관행대로 무력시위를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북한이 예상을 깨고 포격 도발을 이어가면서 한반도 군사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9일 낮 12시30분쯤 황해남도 연안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0여발의 포병사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18일 오후 10시쯤 황해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0여발, 오후 11시쯤에는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50여발의 포병사격을 각각 감행했다.
14시간 반 사이에 세 차례에 걸쳐 350여발의 포격을 가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하루에만 다섯 차례에 걸쳐 동·서해 해상완충구역에 560여발에 달하는 포를 쐈다. 이를 합하면 엿새 간 무려 910여발에 달하는 포격을 감행하며 9·19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최근 가한 포격의 낙탄 지점은 모두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완충구역 내로, 우리 영해에 떨어진 포탄은 없었다.
군은 북한의 포병사격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 및 즉각 도발 중단’에 관한 경고통신을 수차례 실시했다.
합참은 “해상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며,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적반하장’ 행태를 되풀이했다.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오늘(19일) 오전 아군 제5군단 전연(전방) 일대에서 적들이 또다시 10여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며 “아군 동부 및 서부전선 부대들에 다시 한번 동·서해상으로 위협 경고사격 지시를 하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트집 잡은 우리 측 포사격은 주한미군이 지난 17일부터 5일 동안 강원도 철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연장로켓(MLRS) 사격훈련이다.
사격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5㎞ 이상 떨어져 있어 9·19 합의와 무관하다.
최근 북한의 잇단 포격 도발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면서 추가 도발 명분을 쌓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도발 강도를 높여가다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레드라인을 넘는 도박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예상을 깨고 중국의 정치 행사인 당대회 기간에도 도발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북한의 전략적 고려에 있어 ‘중국 변수’의 비중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고강도 도발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군은 이날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일대에서 적 공격으로 주요 교량이 파괴된 상황을 가정해 대규모 한·미연합 도하훈련을 펼쳤다.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번 훈련에는 한·미 장병 1000여명, K2 전차 등 궤도 장비 50여대, 리본부교(RBS)와 개량형 전술부교(IRB) 등 한·미 공병 장비 144대, 아파치·코브라 등 공격헬기와 공군의 KF-16 전투기 등이 참여해 연합·합동 전력을 과시했다.
미국은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를 괌 미군기지에 전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괌에 배치된 B-1B는 한반도까지 2시간 내 전개가 가능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 시 한반도 전개 예상 1순위로 꼽히는 전략자산이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