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5만원까지 최저임금” 사퇴 남궁훈 대표 과거 발언

입력 2022-10-19 16:14 수정 2022-10-19 18:10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카카오 먹통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했다. 그는 마지막 임무로 재난대책소위를 맡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남궁 각자대표가 물러나는 건 취임 7개월 만이다.

이에 많은 누리꾼은 “사퇴하는 게 책임지는 거냐”며 분노했다. 진정한 책임은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누리꾼 중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기록할 때까지 최저임금을 받겠다’는 남궁 각자대표의 과거 발언을 떠올리며 취임 7개월 만에 사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한 이들도 많았다.

남궁·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19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비스 장기 먹통 사태에 대해 “장애로 불편을 겪으신 모든 이용자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 주요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지 나흘 만이다.

남궁 각자대표는 “카카오를 책임지는 대표로서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면서 “이번 사건을 끝까지 책임지고자 비상대책위원회의 ‘재난 대책’ 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의 준비 및 대응 상황이 이용자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장시간 큰 불편을 드렸다”며 “화재 사고 발생 직후부터 모든 임직원이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서비스가 정상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 전체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하겠다. 관계 당국의 우려 역시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사와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한 그는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되는 대로 이번 사건에 대해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러한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은 분노했다. “사태 책임을 진다고 근무하기를 중단하는 거냐” “사퇴보다는 피해보상이 우선이다” “사퇴한다고 해결되는 게 있냐”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때문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에 ‘카카오 각자대표’가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카카오 측은 무료이용자를 포함해 모든 이용자에게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홍 각자대표는 “아직 보상 규모를 확정해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직·간접적 보상으로 인해 기업이 휘청거리거나 재무적으로 다른 사업을 못 하게 되는 정도의 부담은 없을 걸로 본다”며 “이번 장애로 피해를 보신 이용자들, 파트너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보상 정책을 수립하고 가능한 빠르게 실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각자대표는 “멜론, 카카오페이지 등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보상은 지금도 바로바로 하고 있지만,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며 생긴 피해에 대해서는 신고를 받아본 뒤 사례를 살펴 정책을 세워야 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용자 배·보상 과정에서 에스케이씨앤씨와 어느 쪽 잘못이 더 크고 작은지 따지지 않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카카오는 이날부터 피해신고 접수 채널을 열고 피해 사례를 접수받고 있다.

아울러 일부 누리꾼은 남궁 각자대표의 사퇴 소식에 과거 발언을 회상하며 책임지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남궁 각자대표는 지난 3월 카카오 대표로 취임했다. 전임 내정자였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스톡옵션 블록딜 사태’로 물러나면서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당시 남궁 각자대표는 내정자 상태에서도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기록할 때까지 모든 인센티브와 스톡옵션 행사를 동결하고 법정 최저 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었다. 또 2년 임기 내 주가 및 신뢰회복 등 카카오 경영 쇄신 의지를 밝혔었다. 이를 떠올린 일부 누리꾼은 “오늘 주가 5만원도 넘지 못했는데 사퇴하는 건 책임이 아니라 먹튀다” “이때다 싶어 도망가는 거 아니냐”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한편 이날 카카오 주가는 종가 기준 4만98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전날 보다 0.81% 상승한 금액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