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남북 설전…“北 약속 불이행” VS “한미가 원인”

입력 2022-10-19 15:42
김성훈 주유엔대표부 참사관이 18일(현지 시각)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유엔 웹TV 캡처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두고 남북 외교관 간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 대표가 지난 30년간 북한의 약속 불이행을 문제 삼자, 북한 대표는 한미연합훈련을 거론하며 한미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위원회 발언자로 나선 김성훈 유엔주재 한국 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이 전술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참사관은 “핵 협박과 미사일 도발에 더해 북한은 이제 7번째가 될 또 다른 핵실험을 할 준비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야망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이에 따른 균열은 느리지만, 분명히 확대돼 다른 나라들을 핵 구덩이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스 터너 미 군축대사, 오가사와라 일본 군축대사 또한 이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규탄하며 중국, 러시아 등 유엔 회원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에 김인철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서기관은 최근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감의 분명한 표현이자,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김인철 서기관의 주장에 김 참사관은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결의를 지켜야 한다’는 유엔헌장 25조를 강조하고 싶다”며 재반박했다.

김 참사관은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가 1990년대부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거듭된 북한의 약속 불이행과 갑작스러운 도발 등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며 “전쟁을 일으켜 한국을 침략하고, 협정을 속이고 깨며, 적대적인 의도를 행동과 말로 내보이는 나라가 있다면 집단적 방식의 방어적이고 신중한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인철 서기관은 2차 반박권을 요청해 “터무니없는 한국의 논리를 전적으로 거부한다”며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미국의 적대 정책과 핵 위협, 협박으로 완전히 파괴됐다”고 했다.

제1위원회는 군축과 군비 통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데 다음 달 초까지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등에 관한 결의안 초안을 작성해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