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들의 천국 ‘문섬’, 이름 바뀔까

입력 2022-10-19 13:43 수정 2022-10-19 13:48
남쪽에서 바라본 제주 문섬 전경. 문화재청 제공

서귀포 ‘문섬’의 명칭을 ‘사슴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민 제안이 접수돼 서귀포시가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시는 ‘제주도에 바란다’ 도민 게시판에 문섬을 백록의 사슴섬으로 환원개칭해야 한다는 제안이 들어와 근거 자료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제안에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제주도 지명위원회에 정식으로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서귀포 앞바다에 자리한 문섬은 어족자원이 풍부하고 사시사철 아열대성 생물을 볼 수 있어 스쿠버다이빙과 낚시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후박나무 등 세계적 희귀 식물과 한국 특산 미기록종이 다수 서식해 지난 2001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의 이름 문섬(文島)은 민둥섬이라는 뜻이다. 일본인들은 섬에 모기가 많다고 해서 ‘모기 문(蚊)’자를 써 ‘문도(蚊島)’라고도 했다.

제안자는 1916년 조선총독부 고시에 문섬의 원래 이름이 사슴섬(鹿島)으로 표기된 점을 근거로 일제강점기 이전에 문섬은 사슴섬으로 불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제가 사슴섬을 비하하기 위해 ‘모기 문(蚊)’자를 넣은 문섬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광복 이후 민둥섬이라는 뜻의 지금의 표기를 달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의 문섬은 상록 난대림이 울창해 민둥섬이라는 이름의 뜻과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제안이 공식 접수됐기 때문에 주장의 근거를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주민 의견을 들어 지명위원회 심의 요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 지명위원회는 서귀포 마라도 서남쪽 150㎞에 위치한 수중 암초 ‘소코트라초’ 명칭을 ‘이어도’로 변경 심의하기 위해 지난 2000년 마지막으로 개최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