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여학생 납치 미수범…휴대폰 속 불법촬영물 수십개

입력 2022-10-19 11:17 수정 2022-10-19 13:11
국민일보DB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흉기로 10대 여학생을 위협하고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친 42세 남성 A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납치 혐의 외에도 불법 촬영과 아동 성착취물 소지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법원은 A씨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추행 목적 약취미수, 성폭력처벌에관한법률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7일 오후 7시10분쯤 고양시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10대 여학생 B양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B양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탄 뒤 B양이 내리자 가방을 거칠게 붙잡아 다시 타게 했으며 당시 흉기를 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B양의 휴대전화를 뺏는 시도도 했다.

B양은 A씨에게 붙잡혀 꼭대기 층에 다다른 순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주민과 마주치면서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달아났던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아파트단지 주차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9일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 사실이 알려진 뒤 A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피해자 가족과 이웃 주민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했다. 이들은 A씨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하는 성명을 냈다.

경찰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A씨의 차 안에서 성 기구와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휴대전화 안에 불법 촬영물이 다수 있는 점 등을 확인했다.

불법 촬영물에는 A씨가 올해 3∼6월 여학생들의 하반신을 14차례에 걸쳐 직접 촬영한 것도 포함됐다. A씨는 또 2019년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여성의 치마 밑 등을 찍은 불법 촬영물 36개를 소지하고, 올해 4∼9월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도 3개나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영장 기각 이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기존에 적용했던 ‘미성년자약취미수’ 혐의를 ‘추행약취미수’로 변경해 지난달 26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결국 법원은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납치 미수 범행 이후 20일가량 불구속 상태로 피해자인 B양이 사는 아파트단지를 포함한 일대를 활보할 수 있었던 셈이다. 고양경찰서는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고양지청은 대검찰청을 통해 화질이 개선된 CCTV를 분석해 A씨가 납치 범행 직전 불법 촬영을 위해 직접 제작한 촬영 도구를 소지한 채 인근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도 확인했다. 검찰은 A씨가 B양에게 칼을 꺼내 보이며 협박한 점과 관련해 특수협박죄를 추가해 재판에 넘겼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