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검사’ 빠진 혼합기, 5년간 17명 숨졌다

입력 2022-10-19 07:18 수정 2022-10-19 13:34
직원 사망 사고 발생 이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 내부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홀로 작업하던 20대 여성이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은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혼합기가 정부의 안전검사 대상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혼합기 끼임 사고로 5년간 17명의 노동자가 숨진 사실도 파악됐다.

18일 KBS 보도에 따르면 혼합기 끼임 사고로 최근 5년간 17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5명은 식품 가공용 혼합기에 숨졌고, 나머지는 콘크리트 반죽 등에 쓰이는 건설용 혼합기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특히 식품 가공용 혼합기 사고의 경우 2건은 이번 사고처럼 덮개가 없거나 자동 멈춤 장치가 없어서 벌어진 사고였다.

앞서 지난 15일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는 20대 여성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를 섞는 혼합기에 몸이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이 혼합기에는 끼임 방지를 위한 덮개, 덮개가 열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가 모두 없어 안전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 기계’는 안전에 대한 성능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2년마다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프레스나 컨베이어 등 15가지가 위험 기계에 포함되는데, 여기에 혼합기는 빠져 있다. 안전검사 대상이 아닌 탓에 사업장에서 기준에 미달한 혼합기를 그대로 사용했던 셈이다.

다만 혼합기를 제조하는 업체에서 기계가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 신고할 의무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2013년부터 의무화돼 그 이전에 제작된 기계는 안전 여부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안전검사기관 관계자는 KBS 인터뷰에서 “2010년도 설비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안전장치가) 없을 수 있다”며 “그거에 대해 제재할 방법이 딱히 없는 게 2013년 이전 거에 대해서 소급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부터 사고가 난 장소만 흰 천으로 가린 뒤 다른 기계들로 공정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YTN이 공개한 공장 내부 사진에는 사고 현장인 배합실만 가려져 있고, 그 옆에는 다른 직원들이 작업복을 입은 채 일하는 모습이 나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시 혼합기의 덮개가 열려 있었고 안전장치가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6일 현장 조사에서는 공장에 있는 혼합기 9대 가운데 7대에 안전장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당 공장은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경영사업장 인증을 7년간 받아왔다.

경찰은 해당 공장의 안전 책임자 1명을 먼저 형사 입건했다. 경찰은 현장 감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