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보건공단 SPC 보고서엔 “단독 작업중 사고”

입력 2022-10-18 18:34
지난 17일 경기도 평택 SPC그룹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열린 A씨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대 여성 근로자 A씨는 지난 15일 새벽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SPC그룹 계열 SPL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 사고에 대해 노동당국은 해당 사고가 단독 작업 중 발생했다고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일보가 18일 확보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SPL 끼임 사고 최초 재해조사 의견서’를 보면 공단은 “끼임 사고가 단독 작업 중 발생했다”고 기술했다. SPC 측이 “‘2인 1조’ 근무 규정을 제대로 지켰지만 다른 근무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과 시각 차이가 있다. 공단은 근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무게를 둔다.

의견서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본래는 ‘3인 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나머지 1인은 휴식을 취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발생 시 A씨와 함께 근무하던 작업반장은 전처리실 밖에서 재료를 준비 중이었다. SPC 관계자는 “‘2인 1조’는 공정 자체에 대한 2인 1조를 의미하는데, 기계 옆에 2명이 붙어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의견서에는 지난 15일 사고 당시의 상황도 일부 담겼다. 샌드위치 소스 배합 공정에서 일하던 A씨(23)가 고추냉이(와사비) 소스를 배합기에 붓다가 사고를 당한 건 작업이 거의 완료된 시점으로 추정됐다. 이는 소스 혼합을 진행한 지 20분쯤 지난 뒤였다.

사고 발생 당일 현장에서 작성된 공단 의견서는 공단이 회사 측 입장과 사고 당시 목격자, 근로자의 이야기를 종합해 작성됐다. 고용노동청과 경찰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사고를 진단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공단 관계자는 “회사의 기본적인 작업 상황을 조사하고 직원들이 평소에 어떻게 근무 했는지 진술을 들은 뒤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가 발생 원인을 조사하는데, 통상 공단이 조사를 지원한다.

17일 SPL 평택공장에서 한 직원이 이틀 전 20대 근무자 사망사고 발생한 사고 기계 옆 같은 기종의 소스 교반기를 살펴보고 있다. 독자 제공. 연합뉴스

이번 사건에서 ‘2인 1조’ 작업 관련 부분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판가름하는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도 전망된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2인 1조 작업은 산안법 법령에 안전조치로 규정돼있지는 않다”면서도 “회사에서 혼합기 작업 시 2인 1조 작업을 내부 지침으로 정해뒀다면 ‘혼자하기 어려운 위험 작업’으로 판단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1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기도 평택경찰서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 공장 관계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안전조치 의무를 게을리한 혐의다.

성윤수 기자, 세종=박상은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