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시달리면서…김정은, 인민에게 ‘스파게티·샴페인’ 보고받아

입력 2022-10-18 16:53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해 기념강의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선전하며 애민 정신을 대대적으로 부각했다.

조선중앙TV는 17일 100분짜리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방영했다. 영화는 김 위원장이 특히 인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해 식량 문제 해결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보고 받았다는 문서에는 ‘인민들의 식량 형편을 분석한 정형과 대책 보고’를 비롯해 스파게티·샴팡(샴페인)·치즈 공급, 초복날 단고기(개고기) 요리 봉사 실태 등 주민들의 다양한 먹거리를 보고하는 서류가 포함됐다.

북한은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 조치에 가뭄·홍수 등의 자연재해까지 겹쳐 식량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북한 내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음식들이 마치 인민들에게 제공되는 것처럼 공개된 것이다.

북한 기록영화가 체제 선전이나 최고지도자의 리더십 홍보 목적으로 제작되는 특성상 김 위원장의 지시와 업적이 과대 포장됐다는 해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들이 기록영화에는 적지 않게 노출된다”며 “해외 문물과 비교해도 자신들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업적으로 내세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는 또 김 위원장이 주민들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김일성 주석의 옛 주택까지 허물었다는 사실도 전했다.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평양시에 매년 1만 가구씩 주택을 건설하기로 결정했으나 간부들이 여건상 7500가구로 축소하자고 보고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추진했다며 리더십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불필요한 일’에 주민들을 동원하는 간부들을 조치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영화는 김 위원장이 2014년 12월 현지 지도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눈을 치우는 주민들을 보고 “이렇게 추운 겨울밤 인민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는지 일군들이 실지 느껴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 조직지도부 간부들에게 직접 눈을 치우라고 질타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