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에 중성지방이 많이 쌓이면 치매나 ‘무증상 뇌경색’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성지방은 몸에 붙은 살, 즉 체지방을 말한다. 음식으로 섭취한 칼로리 중 활동 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은 일부가 복부 등에 내장지방 형태로 저장된다. 지나치게 높은 중성지방은 ‘뱃살’의 주범이기도 하다.
혈액 내 중성지방이 기준치 보다 높은 ‘고중성지방혈증’은 술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와 관련성이 높다.
서울대병원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남기웅·권형민 교수,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 연구팀은 체내 중성지방 수치와 뇌소혈관질환 위험의 연관성을 입증한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6~2013년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받은 평균 56.5세의 남녀 3170명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뇌소혈관질환은 뇌의 작은 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되는 경우를 말한다. 증상이 미미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방치하면 뇌졸중이나 치매 및 보행장애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혈액 검사상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수치 대비 중성지방 비율로 대상자의 동맥경화 지수를 산출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분석을 통해 ‘뇌 백질 변성(WMH)’ ‘열공성 뇌경색(lacunes)’ ‘뇌 미세출혈(CMBs)’ 등 뇌소혈관질환의 유병률을 확인했다.
뇌 백질은 MRI 영상에서 뇌 중심부 옆으로 하얗게 보이는 부분을 말하는데, 이 백질에 퍼져 있는 작은 혈관들이 손상된 생태를 뇌 백질 변성이라고 한다. 변성이 클수록 치매와 뇌졸중 발병 위험이 커진다.
열공성 뇌경색은 ‘무증상 내경색’으로 불리며 흔히 뇌경색 증상으로 알려진 감각이상 혹은 시야장애나 언어장애, 신체마비 같은 증상이 없다시피 하다.
연구결과 대상자의 동맥경화 지수가 뇌소혈관질환 위험 상승의 독립적인 연관인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중 선형 회귀분석 결과에서 동맥경화 지수는 뇌 백질 변성 부피 증가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됐으며(β=0.129), 연구의 교란 변수를 조정한 다변량 분석 결과에서는 동맥경화 지수가 평균 수치(0.29) 이상으로 높으면 열공성 뇌경색의 발병 위험이 1.72배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맥경화 지수와 뇌 미세출혈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남 교수는 18일 “동맥경화 지수는 혈액 내 지질의 비정상적 분포를 나타내는데, 이는 기존에 잘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 외에도 중성지방에 대한 많은 관심이 필요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뇌소혈관질환은 뇌의 비정상적 노화 진행을 나타내며 치매나 뇌졸중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인 만큼,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자신의 지질 건강을 꾸준히 유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지(Journal of Lipid and Atherosclerosis) 최신호에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