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공모해 40대 가장을 살해해 구속된 가운데, 피해자의 유족이 “피해자를 가정폭력범으로 만들지 말아달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8일 ‘모자의 아버지 살해 공모 피해자 가족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해당 사건에서 피해자가 억울하게 가정폭력범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며 이를 멈춰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사건 발생 초반 ‘부부싸움 중이던 부모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아버지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는 A군 진술을 토대로 한 언론 보도와 이에 달린 댓글들로 피해자 유족이 큰 상처를 입고 있다고도 했다.
작성자는 “제발 피해자가 ‘죽어도 싸다’는 말을 제발 멈춰달라”며 “일반인으로 살아왔고, 범죄는 우리 주변에 있지만 그게 우리 일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저희 가족에게는 너무 무섭고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인이 된 피해자에 대해 “얼마나 선한 인물이었는지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알리고 싶지만, 참고인 조사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작성자는 피해자가 160cm에 50kg의 왜소한 체구임을 밝히며 “살인자인 아들(A군)의 덩치가 피해자보다 훨씬 크다”고 전했다.
또 부인 B씨가 지난 7월 초쯤 피해자의 어머니를 찾아와 “아들 A군이 종손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재산을 우리 아들에게 증여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피해자가 부인 B씨의 언니(처형)에게 전화를 걸어 “부인이 무섭다. 부인이 나갔다 올 때마다 폭력적으로 변해서 무섭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지난봄 새로 보험에 가입했고, 현재 피해자 앞으로 가입된 보험만 9개인 점도 강조했다. 이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부인 B씨가 앞서 부동액이나 농약 등을 사용해 수차례 살해를 시도한 사실도 언급했다.
또 피해자가 사건 며칠 전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교통사고가 나서 한쪽 눈이 실명돼 일을 할 수가 없다. 빌린 돈은 천천히 갚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고, 모자가 화학약품을 이용해 피해자의 눈을 찔러 살해를 시도하다 실명이 된 것이라고 작성자는 전했다. 피해자는 부인 B씨에게 집을 나가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했고, 다음날 살해됐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저희 가족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라며 “피해자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지만, 결과는 죽음이었다. 우리 가족(피해자)을 있지도 않은 가정폭력 전과를 만들어 가정폭력범으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이날 경찰은 A군과 B씨의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살해한 뒤, 차에 옮겨 싣는 과정 등을 재연했다. 경찰은 이번 현장검증 결과 등을 토대로 추가 조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