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전임 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잇달아 언급하며 압박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나는 김동연”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김 지사는 여당 의원과의 설전 중 “왜 말꼬리를 잡느냐”고 발끈했다 사과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이날 국감 질의에서 김 지사의 공약이었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해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남부 지역 지원이 없으면 북부의 삶이 재정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었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가 그의 전임자이자 현재 당 대표이기도 한 이 대표의 입장과 다른 길을 갈 수 있겠냐는 취지다. 김 지사는 “설득해서 잘 진행하겠다”고 답했고, 이에 조 의원은 “이 대표 뜻을 꺾고 그렇게 (성공)하면 민주당 대권후보는 김동연이 되지 않을까”라며 전·현임자 간 이견을 부각시키려 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전임 지사들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이 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내 공약은) 정치적 구호도 아니거니와 대권과는 관련이 없고 오직 북도를 발전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그러나 이후로도 ‘이재명 소환’을 계속했다. 조 의원은 “(김 지사는) 대장동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었다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방송에서 동의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김 지사는 “공익환수에 있어서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9월30일 화성제약회사 화재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김 지사가 아주대에서 축구 시축을 한 일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화재 사고가 났을 때 마산에서 떡볶이 ‘먹방’을 한 것과 데자뷔를 느꼈다”고 비꼬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에 김 지사가 답변을 하려는 와중에도 답변 순서 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는 “왜 말꼬리를 잡느냐. 그리고 내가 이재명 얘기하고 있느냐. 나는 김동연이다”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내 다시 조 의원 질의로 돌아와 “축구 시축은 일정이 미리 잡혔던 것이고 화재는 당시 책임자와 곧바로 전화 연결을 하는 등 적절히 통제했다. 그런데도 제가 도민 안전에 소홀하다고 하시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서운하다”고 반박했다.
이채익 위원장은 다만 김 지사 답변이 끝난 뒤 “의원 질의에 ‘꼬투리 잡는다’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면서 “의원의 발언을 갖고 평가나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김 지사에 주의를 줬다.
김 지사도 “제가 사과 말씀드린다”고 한발 물러서며 설전은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도 국정감사는 애초부터 ‘이재명 국정감사’로 변질될 것으로 예상된 것이었다. 김 지사가 임기를 시작한 지 갓 100일을 넘긴 데다 전임자가 민주당 대선 후보를 거친 현 대표로 여러 의혹이 제기돼 있는만큼 여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도 이 전 지사 관련 내용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날 국감 회의장에서 여당 의원들은 관련 자료들이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공격했다. 여당 의원들이 잇달아 “경기도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를 받지 못했다” “무슨 수로 도정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냐”며 김 지사에게 직접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가 수사기관이냐”, “피감기관이 모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반발하며 퇴장해 한때 감사 중지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