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감 與 이재명 잇단 소환에 “나는 김동연” 발끈

입력 2022-10-18 15:31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전임 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잇달아 언급하며 압박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나는 김동연”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김 지사는 여당 의원과의 설전 중 “왜 말꼬리를 잡느냐”고 발끈했다 사과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이날 국감 질의에서 김 지사의 공약이었던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관련해 “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남부 지역 지원이 없으면 북부의 삶이 재정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반대의견을 냈었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가 그의 전임자이자 현재 당 대표이기도 한 이 대표의 입장과 다른 길을 갈 수 있겠냐는 취지다. 김 지사는 “설득해서 잘 진행하겠다”고 답했고, 이에 조 의원은 “이 대표 뜻을 꺾고 그렇게 (성공)하면 민주당 대권후보는 김동연이 되지 않을까”라며 전·현임자 간 이견을 부각시키려 했다.

그러자 김 지사는 “전임 지사들이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이 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내 공약은) 정치적 구호도 아니거니와 대권과는 관련이 없고 오직 북도를 발전시키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그러나 이후로도 ‘이재명 소환’을 계속했다. 조 의원은 “(김 지사는) 대장동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사업이었다는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방송에서 동의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김 지사는 “공익환수에 있어서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9월30일 화성제약회사 화재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김 지사가 아주대에서 축구 시축을 한 일을 언급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이천 쿠팡 물류센터화재 사고가 났을 때 마산에서 떡볶이 ‘먹방’을 한 것과 데자뷔를 느꼈다”고 비꼬기도 했다.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조은희

조 의원은 이에 김 지사가 답변을 하려는 와중에도 답변 순서 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는 “왜 말꼬리를 잡느냐. 그리고 내가 이재명 얘기하고 있느냐. 나는 김동연이다”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내 다시 조 의원 질의로 돌아와 “축구 시축은 일정이 미리 잡혔던 것이고 화재는 당시 책임자와 곧바로 전화 연결을 하는 등 적절히 통제했다. 그런데도 제가 도민 안전에 소홀하다고 하시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서운하다”고 반박했다.

이채익 위원장은 다만 김 지사 답변이 끝난 뒤 “의원 질의에 ‘꼬투리 잡는다’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면서 “의원의 발언을 갖고 평가나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김 지사에 주의를 줬다.

김 지사도 “제가 사과 말씀드린다”고 한발 물러서며 설전은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도 국정감사는 애초부터 ‘이재명 국정감사’로 변질될 것으로 예상된 것이었다. 김 지사가 임기를 시작한 지 갓 100일을 넘긴 데다 전임자가 민주당 대선 후보를 거친 현 대표로 여러 의혹이 제기돼 있는만큼 여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도 이 전 지사 관련 내용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날 국감 회의장에서 여당 의원들은 관련 자료들이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공격했다. 여당 의원들이 잇달아 “경기도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를 받지 못했다” “무슨 수로 도정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겠냐”며 김 지사에게 직접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가 수사기관이냐”, “피감기관이 모두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반발하며 퇴장해 한때 감사 중지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류동환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