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기발령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에도 자동해고는 안돼”

입력 2022-10-18 14:49
대법원 모습. 뉴시스

일정기간 이상 대기 발령된 저성과자를 자동 해고한다는 취업규칙이 있더라도 개선 가능성을 따져보지 않고 바로 해고할 순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씨가 B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18년 동안 B사에서 일한 A씨는 2015년 1월 인사고과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고 대기 발령됐다. B사에는 대기발령 대상자에게 매월 수행과제를 부여하고 5등급으로 평가하는 ‘대기발령자 근무수칙’이 있었다. 평가는 S등급, A등급, B등급 등으로 이뤄지고, A등급 이상을 받으면 대기발령이 종료되는 식이다.

A씨는 대기발령 이후 3개월 동안 계속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B사는 ‘대기발령으로 무보직 처분을 받은 후 3개월이 지나면 해고한다’는 취업규칙에 따라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대기발령 자체가 퇴출 압박을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대기발령과 해고 처분 모두를 취소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B사의 손을 들어줬다. A씨에 대한 대기발령과 해고는 B사의 조직 개편과 인사고과에 따른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고 봤다. 대법원도 대기발령 자체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해고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근무성적이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법리는 ‘근무성적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일정기간 경과 시 해고한다’는 취업규칙이 있더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