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전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가 엔비디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스 같은 반도체 기업 위주로 콜옵션을 투자하고 100만 달러(약 14억2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반도체주는 한국의 증권시장 참가자들에게도 선호되는 섹터로 꼽힌다.
폴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벤처캐피탈을 운영하는 금융 관련 사업가다. 지난 14일 공개된 거래 보고서에서 지난해 7월 매입한 엔비디아 콜옵션으로 36만1476달러(약 5억1000만원), 같은 해 말 매수한 마이크론 콜옵션으로 39만2575달러(약 5억6000만원)씩의 손실을 냈다.
폴의 부인 낸시는 미 하원의장으로, 행정부의 수장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절친한 사이다. 미·중 무역갈등에서 성장성이 꺾인 반도체 산업을 폴은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했지만 손실만 입고 말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7일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개발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 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미국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뉴욕증시 시가총액 10위권에 오를 만큼 강세를 나타냈다. 한때 빅테크의 압축한 표현으로 사용됐던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에서 ‘N’에 해당하는 글자에 넷플릭스를 대신해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엔비디아와 넷플릭스는 모두 올해 뉴욕증시 하락장에서 나란히 급락했다. ‘FAANG’도 더는 의미 있게 사용되는 표현이 아니다. 한국 미국 일본을 포함한 세계 증권시장 참가자들이 지난해 엔비디아를 매수하며 성장 가능성을 기대했지만 하락장에 휩쓸리고 말았다.
폴도 그중 한 명이 됐다. 그가 택한 콜옵션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옵션거래이다. 폴은 또 미국 미디어·콘텐츠 기업 월트디즈니 콜옵션 만기 도래로 13만2824달러(약 1억90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디즈니는 지난해 한때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며 유행했던 기업이다. 폴의 투자와 손실의 흐름은 결국 해외 주식을 매매하는 국내 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폴은 구글·유튜브 모회사 알파벳 주식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 주식 200만 달러(약 28억4000만원)어치를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은 지난 7월 미 하원에서 보조금 지원과 세금 감면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으로 700억 달러(약 100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한 반도체 산업육성법을 처리하기 하루 전에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