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 수술 중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일반의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일반의는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이 없는데도 자신을 전문의로 거짓 홍보하고, 수술에 행정직원을 참여시킨 채 홀로 남겨두고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수술 중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의식을 잃은 30대 여성 환자는 5개월 뒤 사망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단독 김인택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47)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진료기록 부실 기재로 인한 의료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A씨는 2020년 3월 30일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환자 B씨(31·여)에게 지방흡입·이식 수술을 하다 업무상 과실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당일 오후 12시36분쯤부터 B씨의 허벅지, 옆구리 부위에 축적된 지방을 흡입한 후 이를 골반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을 집도했다.
A씨는 B씨가 깊은 수면마취 상태에 빠지도록 프로포폴을 투여한 뒤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수술 시작 약 2시간 뒤인 오후 2시37분쯤 용변을 보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행정직원을 홀로 남겨둔 채 자리를 약 12분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자리를 비운 뒤 얼마 되지 않아 오후 2시45분쯤 B씨는 산소포화도 저하 상태에 빠졌다. 이를 발견한 간호조무사가 B씨에게 흉부 압박을 시행해 호흡을 회복시켰다. B씨는 이후 또다시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지만 A씨는 흉부압박 후 다시 수술을 재개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B씨가 눈을 깜빡이며 신체 반응을 보였다, 뇌손상 등 별다른 문제 없이 의식이 회복됐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B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그는 당일 오후 8시43분쯤에 이르러서야 인근 대형병원으로 이송됐고, 이후 치료를 받다가 5개월 후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에 의한 기도 연축이었다.
일반의인 A씨가 자신을 전문의로 거짓 홍보한 점, 수술에 행정직원을 참여시킨 점 등은 이후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재판부는 “A씨는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환자의 생체활력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독립된 의료인 없이 간호조무사도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일반 행정직원을 참여시켜 수술을 진행했다”며 “저산소성 뇌손상 발생 가능성이 큼에도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조치를 하지 않고 수술을 재개하려 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주된 과실은 피해자를 제때 상급병원으로 옮기지 않은 것”이라며 “피해자가 도중에 자발호흡을 회복하고 활력 징후를 보이는 등 A씨로서는 프로포폴 투여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시적인 호흡부전으로 오인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B씨가 기존 병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항우울제 복용을 중단하라는 권고에 응하지 않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사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민사소송 절차에서 유족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분쟁을 종결했고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간호조무사와 행정직원의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행정직원의 수술실 참여가 의학적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행위 등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