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 내부 집무 모습을 공개했다.
매체는 지난 17일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에서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을 방영했다.
영상 속 김 위원장은 반소매 러닝셔츠를 입고 왼 손가락에 담배를 끼운 채 조용원 노동당 비서국 조직비서, 오일정 당 군정지도부 부장 등과 대화를 하고 있다.
벽 쪽에는 노트북과 별도 모니터가 놓여있고 탁자에는 스마트폰, 재떨이, 성냥, 각휴지 등이 눈에 띄었다.
내부는 전체적으로 흰색 바탕의 인테리어인데 창문에는 파란색 커튼이 달려 있었다.
열차의 행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내부에 옥수수를 들여놓고 살펴보는 모습을 고려할 때 농업 관련 현지 지도 중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영상에서 옥수수 잎을 만지면서 살펴보기도 했다.
영화는 “경애하는 원수님께서는 인민들이 당정책이 좋고 사회주의가 좋다는 것을 말이나 글로서가 아니라 날로 윤택해지는 자신들의 생활을 통하여 체감하게 하여야 한다는 숭고한 뜻을 안으시고 깊은 밤 이른 새벽 가리심 없이 끝없는 사색과 심혈을 바쳐 가시었다”고 언급했다.
영상 공개를 통해 열차 이동 시간에도 국정을 고민하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2014년 2월에도 기록영화 ‘부강조국 건설의 불멸의 대강을 밝혀주시어’에서 전용열차 내부를 공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열차는 인테리어가 다소 달라졌지만 벽면의 모습 등을 볼 때 그때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용 열차는 방탄 기능과 박격포 무장을 갖추고 위성전화 등 최신 기기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침실, 집무실, 회의실, 경호요원 탑승시설도 완비돼 있다.
항공기는 이륙 후 항공 운항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운항 루트가 노출되며 외부 공격에 취약하지만 열차는 신변 안전 측면에서 관리가 용이하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중국 등 방문시 전용기보다는 전용열차를 주로 이용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까지 3∼4시간이면 갈 수 있는 전용기 대신 60여 시간이 걸리는 특별열차로 이동한 바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