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이 스파게티·샴페인·치즈 먹도록”…北, 김정은 영화 공개

입력 2022-10-18 10:15 수정 2022-10-18 11:16
김정은 위원장이 전용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옥수수 종자를 살펴보는 모습. 전용열차 내부가 언론매체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헌신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기록영화를 공개하며 김 위원장의 국정활동을 부각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TV는 17일 저녁 7시부터 약 1시간40분 분량의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를 내보냈다.

기록영화는 김정은이 “인민생활 향상의 돌파구를 다름 아닌 식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먹거리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그가 2019년 보고받은 문서들을 일부 공개했다.

공개된 문서 중에는 ‘인민들의 식량 형편을 분석한 정형과 대책 보고’를 비롯해 스파게티·샴팡(샴페인)·치즈 공급, 초복날 단고기(개고기) 요리 봉사 실태 등 주민들의 먹거리에 대해 보고받은 서류가 포함됐다.

북한 애육원의 헬로키티가 그려진 식기류. 김정은 위원장이 낡은 식기류를 보고 간부들을 질책하며 새로 보급한 것. 조선중앙TV/연합뉴스

또 김정은이 2014년 애육원과 육아원(고아원)을 둘러보며 낡은 밥그릇에 가슴 아파하며 간부들에게 “자기 손자·손녀들이 그런 그릇에 밥을 담아 먹는다면 마음이 좋겠는가”라며 질책한 사실도 전했다.

이후 김정은은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 미국 디즈니 ‘미키마우스’ ‘백설공주’, 영국 TV 애니메이션 ‘토마스 기차’ 등이 그려진 새 그릇을 아이들에게 제공했다.

또 시급한 주택난 해결을 위해 김정은이 노력한 점도 부각했다. 평양시에 매년 1만 가구씩 건설하기로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간부들이 어려움으로 7500가구로 줄이자고 보고하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며 밀어붙여 결국 김일성 주석의 옛 주택까지 헐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직접 눈을 치우게 한 지시를 담은 노동당 문건. 조선중앙TV/연합뉴스

영화는 간부들이 불필요한 일에 주민들을 함부로 동원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김정은의 ‘애민정치’ 사례를 부각했다.

2014년 12월 밤 현지지도 귀환 길에 도로에 나와 눈을 치우는 주민들을 보고 “이렇게 추운 겨울밤 인민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는지 일군들이 실제로 느껴봐야 한다”며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들과 황해남·북도당 집행위원들에게 직접 눈 치우기를 시키고 결과를 보고받은 사실을 전했다.

간부들이 주민들을 불필요하게 동원해 김정은이 크게 분노한 사실도 전했다. 2013년에는 평양 서성구역에서 새벽부터 주민들을 동원해 잔디를 심게 하고, 2017년 함흥시 흥남구역에서 주민들에게 도로 바닥선을 그리게 했는데 이를 뒤늦게 안 김정은이 “그토록 분격(격분)했다”고 영화는 소개했다.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가던 차를 세우고 교복도 제대로 입지 못한 아이들의 가슴 아픈 정상을 손으로 쓰다듬어본 사람이 있으면 어디 대답해 보시오”라고 질타한 일화도 공개했다. 이후 김정은이 교복과 학용품 등을 제대로 공급하도록 조치한 문서들도 공개됐다.

그동안 북한 주민들이 몰랐던 의식주 관련 당 문서를 북한이 무더기로 공개한 배경에는 김정은의 국정활동을 부각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