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다음달 30일 사업을 종료하고 직원을 모두 해고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적자가 누적됐으나 상황을 돌파할만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푸르밀은 17일 전 직원 400여명에게 사업 종료 사실을 알리고 정리 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보냈다.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돼 내부 자구노력으로 회사 자산의 담보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찾아보았다”면서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돼 부득이하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0일 전까지 해고 통보를 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에 따라 정리 해고를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회사는 전국 대리점에도 영업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푸르밀의 전주·대구 공장도 다음달 25일 최종 생산을 마치고 30일 영업을 종료한다.
푸르밀이 사업 종료라는 마지막 카드를 선택한 것은 우유 소비 감소로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이미 시장 경쟁력이 뒤처져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푸르밀의 영업손실은 2018년 15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88억원까지 커졌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으로 적자 폭이 불어났다.
다른 유업체들은 단백질 음료, 식물성 음료로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푸르밀은 유제품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해 최근 몇 년 간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올해 무산된 LG생활건강 매각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은 지난 5월 일부 언론에서 푸르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했다. 이후 지난 달 5일 “푸르밀 인수는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LG생활건강은 당초 푸르밀이 보유한 콜드체인에 관심을 보였지만 설비가 노후한 탓에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밀은 1978년 롯데유업으로 출발해 2007년 4월 롯데그룹에서 분사했다. 2009년 사명을 롯데우유에서 푸르밀로 교체했다. 대표 제품인 ‘가나초코우유’,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바나나킥 우유’ 등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분사 당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을 100% 인수했다.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경영에 나서면서 분위기 쇄신을 노렸으나 부진을 거듭하며 결국 사업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