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 대한 17일 국정감사는 사실상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사건 변론의 연장선으로 진행됐다. 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헌재 공개변론 당시 발언과 시행령 개정을 재차 문제 삼았고, 여당은 다수당의 폭주를 막아줄 기관은 헌재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의 골프 접대 의혹, 대법원과 헌재의 재판취소 갈등 등 현안 질의도 이뤄졌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를 다시금 짚었다. 박 의원은 “안건조정위 제도는 소수자 권리 보장을 위해 만든 것인데, (민형배 의원 탈당은) 제도 자체를 몰각시키는 것”이라며 권한쟁의심판에서 개정법에 대한 무효 선언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도 “국민들이 국회의원에게 위장탈당이나 회기 쪼개기 등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해도 좋다고 권한을 위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은 검수완박 입법 이후 이뤄진 법무부 시행령 개정을 비판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부가 마음대로 (시행령을) 바꿀 수 있는 것이냐”며 시행령이 법률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이 헌재 공개변론에서 박홍근 원내대표 발언 등을 근거로 “(법이) 잘못된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언급했던 것과 관련해 “정치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법무부에서 헌재에 파견한 검사들이 이번 사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여야 모두 헌재에 답변을 구하기보다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에서 내놨던 주장을 재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검수완박 관련) 권한쟁의심판 두 건이 들어와 있어서 여러 쟁점이 논의되고 있다”며 “재판기관 입장에서 이에 기초해 만들어진 시행령 등에 대해서도 사전에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중인 이영진 재판관의 골프 접대 의혹도 국정감사의 중요 이슈였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이영진 재판관은 지금도 재판에 관여하느냐, 징계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문위원회는 소집한 적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박 처장은 “지금도 재판을 하고 있고, 자문위는 소집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 “혹시 이 재판관이 기소된다면 재판에서 배제가 되느냐”는 김의겸 의원의 질문에도 “가정적 질문이라 바로 답을 하긴 그렇다”면서도 “기소가 됐다고 신분이 바뀌는 규정은 없다”고 했다.
헌재와 대법원의 ‘재판취소’ 갈등도 언급됐다. 헌재는 앞서 한정위헌 기속력을 부인해 재심청구를 기각한 대법원 재판을 취소한 바 있다. 박 처장은 “(해당 문제는) 입법적으로 헌법재판소법의 위헌결정 기속력 부분에 변형결정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해결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