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콜 대리운전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동반성장위원회가 세부 이행사안인 ‘부속사항’에 카카오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유리한 조항을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카카오가 대리운전 전화콜 최대 실적을 냈던 2019년을 기준으로 대기업의 전화콜 허용 수를 동결하겠다는 조항이 들어가서다.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성 프로모션을 자제해야 한다는 등의 다른 조항도 이미 다수의 고객을 확보한 카카오 밀어주기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동반위는 지난 14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대리운전업에 대한 실무위원회를 열고 부속사항 최종안을 마련했다. 동반위는 오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최종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대리운전을 지정한 이후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의 세부 이행사항을 놓고 갈등이 불거져왔다.
이번에 확정한 부속사항의 핵심은 앞으로 대기업의 전화콜 수를 2019년 기준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카카오(카카오모빌리티)의 전화콜은 약 370만콜, 티맵은 약 40만콜이다. 최종안을 의결하면 두 회사는 이 수준 이상으로 전화콜을 받지 못한다. 정기적으로 전화콜 완료 현황을 동반위에 제출해야 한다.
또 부속사항에 대기업의 불공정 영업행위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신규 고객에 대한 현금성 프로모션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포함됐다. 다만 기존 고객의 경우 현금성 프로모션을 월 2억원 이내에서 허용키로 했다. 대기업이 대리운전 관련 매체광고를 하려면 대리운전 관련 단체와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이미 많은 고객을 붙잡은 카카오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리운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카카오는 신규 고객 확보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넉넉하게 전화콜 수를 허용받았기에 영업 지장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화콜 수의 기준시점인 2019년은 카카오에서 최대 실적을 냈던 시기로 알려졌다.
전화콜 시장에서는 전화번호 앞자리가 1544, 1577, 1588 등으로 시작하는 업체에서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전화콜 업계 1위인 1577 대리운전을 지난해 8월에 인수하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앱 플랫폼 시장의 경우 카카오가 99%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를 더하면 카카오는 전체 대리 시장에서 4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부속사항은 대기업 간 경쟁을 제한해 대리운전 시장 1위인 카카오의 독점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점유율 40~50%라는 업계 추정치는 1위 전화콜 프로그램사인 ‘로지’의 데이터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이를 감안한 카카오의 시장 점유율은 25~30%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