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좀 하고 다녀라” 이 발언은 성희롱입니다

입력 2022-10-17 16:33

상사가 부하 여직원과 개인면담을 하며 “화장 좀 하라”고 언급한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공공기관 고위간부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경영기획실장으로 있을 때 여직원에게 “얼굴이 어둡다”고 지적하고 개인면담 때는 “화장 좀 하고 꾸미고 다녀라”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하고 다녀 시집을 잘 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장이기도 했다.

A씨는 다른 여직원에게 차로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수 차례 하다 거부당하자 책장에 놓인 인형을 주먹으로 세게 친 것으로도 조사됐다. 노조가 부적절 언행을 문제 삼아 공론화한 뒤 A씨는 파면됐다. 그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파면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혼 여성인 직원의 외모를 평가하고 ‘화장하고 꾸미고 다니라’고 한 것은 해당 직원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여성은 예쁘게 꾸미고 다녀야 남성에게 호감을 주고 결혼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비롯된 발언으로 성차별적 발언에도 해당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장 지위에 있었으므로 누구보다도 부하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성차별을 예방하고 솔선수범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