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자신을 불법사찰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2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김진영 부장판사는 17일 “국가가 조 전 장관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6월 소송을 낸지 약 1년 4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국정원 공무원이 밀행성에 기대 원고의 인권을 의도적, 조직적으로 침해한 일”로 이 사건을 규정하며 “국정원이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행위의 기간, 내용, 중대함 등을 고려하면 위자료를 50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2011~2016년 국정원이 자신을 사찰하고 여론 공작을 벌였다며 소송을 냈다. 당시 국정원 직원들은 국정원장 지시 아래 트위터에 조 전 장관에 대한 비난글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심리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5월 국정원을 상대로 사찰 정보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해 부분공개 결정을 받았었다. 조 전 장관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그를 “종북좌파 교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변혁에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라고 표현했다. 조 전 장관 측은 국정원의 권한 남용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손해배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펼쳤다.
국가 측은 사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소멸시효가 완성돼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김 부장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국정원의 행위가 조 전 장관을 비난할 목적으로 일련의 계획에 따라 이뤄진 행위인 만큼 하나의 불법행위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최종 불법행위가 이뤄진 시점은 2016년 7월 14일로 5년이라는 장기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정원은 조 전 장관 이외에도 광범위하게 많은 정치인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쳤는데 이런 사정도 위자료 산정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침해가 자행된 사례의 경우 재발 억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