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빵공장 끼임사고, 무거운 원료 들이붓다 무게 중심 잃은 듯

입력 2022-10-17 13:57 수정 2022-10-17 20:31
17일 경기 평택시 SPC 계열 제빵공장 앞에서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진 사고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 제공.

경기도 평택의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고인이 무거운 원료통을 들어 올려 붓는 과정에서 무게 중심을 잃고 기계에 빨려들어 갔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인이 담당했던 소스 배합 작업은 힘든 데다 위험해 별도의 ‘배합 수당’을 지급할 정도의 업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SPC 계열 SPL 평택공장의 샌드위치 소스 배합 작업은 마요네즈나 고추냉이 파우더 등의 원료를 기계를 섞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끼임 사고로 숨진 A씨(23) 역시 지난 15일 원료 통을 들어 올려 오각형 모양의 기계에 투입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료 통은 10~20㎏에 이르는데, 이 통을 1.5m 높이 기계 투입구에 부어야 한다. 힘든 공정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소스 배합을 담당하는 작업자들에게는 별도 수당을 지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무게 때문에 휘청거려 위험할 수 있고, 반복 작업으로 근골격계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은 중량물 이동 보조 장치를 구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인 1조 근무도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현장에는 A씨와 함께 근무하던 ‘반장’ 여직원이 있었지만 사고가 났을 당시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당시 (A씨가) 혼자 근무하던 건 맞다”며 “외부 CCTV를 확인한 결과 함께 작업하던 사람이 무단이탈을 한 건 아니고 다른 장소에 있었다. 이 부분도 문제가 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2인 1조 근무가 이뤄졌다고 해도 평소 이 공장에서는 한 명이 소스 통에 부을 동안 다른 한 명이 소스 통을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2인이 동시에 같은 작업을 한 건 아니다”라며 “철저하게 2인 1조로 운영될 수 있도록 요청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SPL 측은 고용노동청 경기지청 조사에서 “A씨가 함께 작업하던 연장자이던 반장에게 ‘가루가 날리니까 언니는 나가 있으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업체 공정 특성상 앞치마와 장갑 등 위생을 위한 장구들을 착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계에 옷이 말려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끼임 방지 기계를 사용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합 공정에서 사용하는 기계는 통상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기계가 멈추는 방식이지만, 앞서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9대 중 사고 기계를 포함한 현장의 7대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섬식품노조 등으로 구성된 ‘파리바게뜨 공동행동’은 이날 SPL 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만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다면 이번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며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등 위반으로 경영책임자에 대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신지호 기자, 평택=김용현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