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고위간부 A씨는 경영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여직원 B씨에게 “얼굴이 어둡다”는 발언을 했다.
개인 면담에서는 “화장 좀 하고 꾸미고 다녀라”고 말하는가 하면 전 직장에 있었던 여직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하고 다녀 시집을 잘 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A씨는 당시 직장에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장도 맡고 있었다.
A씨는 또 다른 여직원에게는 지속해서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고 여직원이 거부하자 책장 위에 있던 인형을 주먹으로 강하게 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원들에게 “경영기획실에 왜 이렇게 노조원이 많냐” “무기계약직에는 보직을 맡기기 어렵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노동조합에서 A씨 발언을 규탄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A씨는 결국 파면됐다.
A씨는 파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 구제 신청에 이어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소송에서 “일부 발언은 한 사실이 있지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할 정도가 아니었다”며 “무기계약직 발언은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미혼 여성인 직원의 외모를 평가하고 화장하고 꾸미고 다니라는 말을 한 것은 해당 직원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면담 과정에서 해당 발언이 나온 만큼 업무 관련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여성은 화장을 하고 옷을 잘 입는 등 예쁘게 꾸미고 다녀야 남성에게 호감을 줘 결혼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성차별적 발언에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A씨가 부하 여직원에게 집요하게 차로 집에 데려주겠다고 한 것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원장을 제외한 최상위 직급인 1급 경영기획실장으로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장의 지위에 있었다”며 “누구보다 부하 직원들에 대한 성희롱, 성차별, 무기계약직 차별 등을 예방하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지위에 있었다”고도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