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카카오 먹통’ 사태로 사적 연락은 물론 교통, 금융, 쇼핑 게임 본인인증 등 카카오 플랫폼으로 연동된 일상이 마비됐다. 당장 카카오에 기대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갑작스런 서비스 장애로 생업에 타격을 입었고, 택시를 비롯한 교통 수단 이용도 대란을 겪었다.
주문제작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이모씨는 주말을 앞두고 평일보다 많은 양의 재료를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부터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로 주문 예약을 모두 놓쳤다. 이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카카오 채널 톡’을 기반으로 맞춤 주문을 받아왔는데, 주문서를 아예 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도 대목을 기대했던 주말 장사를 접어야 했다. 카카오맵을 기반으로 하는 배달대행 서비스와 카카오톡을 연동해 운영하던 포스기가 다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주말에 이런 일이 벌어져 열불이 난다”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앱 서비스 의존도가 높았던 택시업계도 피해가 컸다. 특히 카카오로만 콜을 받는 기사들은 서비스 장애 이후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카카오 승합차 차량 운행 서비스인 ‘카카오 벤티’를 영업하는 김미권(65)씨는 평소 30만원인 하루 평균 매출을 날렸다. 김씨는 “오후에 일을 나가려는데, 처음에는 내 휴대전화가 고장 난 줄 알았다”며 “복구가 미뤄지면서 밤까지 일을 나가기를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불편을 겪은 건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도 마찬가지였다. 잔업을 마치고 16일 오전 2시에 퇴근하던 윤승환(28)씨는 카카오택시가 불통이 되자 발이 묶였다. 급한대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대여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카카오페이 서비스가 막혀 이용하지 못했다. 윤씨는 “성수역에서 자양동 자택까지 3.5㎞가량의 거리를 밤새 혼자서 걸어야만 했다”고 전했다.
전날 밤부터 16일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서울 종로와 이태원, 강남 부근에서는 호출 없이 길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다. 택시를 먼저 잡기 위해 차도 중간까지 나와 손을 뻗는 위험한 장면도 목격됐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송임봉 전무는 “카카오택시로만 매출을 기록하는 날이 있을 정도로 (평소 이용률이) 매우 높은데, 영업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메신저와 다음 메일 이용자들은 업무용 자료를 전송하지 못하면서 혼란을 겪기도 했다. 프리랜서 기고가 이모(26)씨는 이날 자정까지 원고를 잡지사에 송부해야 했는데, 장애가 나면서 불편을 겪었다. 문자메시지로는 파일이 전송되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업무용 메일은 다음과 연동돼있었던 탓에 원고 보낼 길도 막혔다. 결국 마감 시한을 넘기면서 편집 일정도 늦어졌다. 이씨는 “한국이 ‘카톡 공화국’이란 사실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편의 생활, 교통만 마비된 게 아니라 금융과 결제 서비스까지 오류가 나면서 카카오의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보상액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그룹 은행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간편이체, 모임통장 친구초대, 비상금대출, 카카오톡으로 회원가입 등 일부 기능이 중단되기도 했다. 다만 카카오뱅크는 서울 마포구 LG CNS 데이터센터를 주전산센터로 활용하고 있어 피해가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다. 카카오페이도 송금·결제 등 핵심 서비스가 15일 오후 7시까지 중단됐다.
카카오톡 인증방식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서비스에서도 로그인을 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투자자 일부는 보유 종목을 제때 매도하지 못해 손실을 입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목돈이 업비트 예수금으로 묶인 이들 중 급하게 돈을 찾아야 했던 투자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화재 사고 발생 후 카카오 금융계열사가 비상대응 계획에 맞춰 신속히 조치를 취했는지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도 당장 카카오 선물하기 모바일 상품권 사용이 막히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았다. 스타벅스, 홈플러스, 마켓컬리 등은 이날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카카오페이 결제, 카카오 계정 간편 로그인, 카카오톡 상담, 주문·배송 안내 등 일부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공지했다.
김용현 성윤수 김지훈 정신영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