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민생은 없고, 정쟁만 난무했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지난 4일 시작돼 반환점을 돈 국정감사의 중간 성적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과녁에 올렸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정조준했다.
이와 관련해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6일 “윤 대통령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고, 이 대표를 향한 여권의 ‘사법 리스크’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며 “여야 모두 상대방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다 보니 국감 파행이 거듭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감 3주 차를 맞는 이번 주도 여야의 극심한 공방으로 국감장이 싸움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김일성주의자’ 발언 관련 고발 등 각종 지뢰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여야는 17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총살감’, ‘김일성주의자’라고 언급한 김문수 위원장 고발 여부 등을 놓고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및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재격돌할 것이 확실시된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감) 3주 차에는 감사원의 청부감사에 이은 검찰 수사를 질타하는 한편 일제고사 부활, IRA(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 늑장 대응을 살피겠다”고 경고장을 내밀었다.
여야가 지난 2주 동안 진행한 국감에 대해서도 정쟁에만 열을 올렸고, 당초 양측 모두 공언했던 ‘민생’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여야는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곳곳에서 충돌했다.
지난 4일 외교부 등을 대상으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여야는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을 놓고 난타전을 펼쳤다.
여야가 비속어 논란 영상 상영과 박진 외교부 장관 국감장 퇴장 여부 등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국감은 정회를 거듭했다.
법사위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감에서 여야는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환노위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감은 ‘종북’ 논란으로 파행을 겪었다.
막말 논란도 끊이질 않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과방위 국감에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이 둥지 저 둥지 옮겨 사는 뻐꾸기냐. 혀 깨물고 죽지, 뭐하러 그런 짓을 하냐”고 말해 김 이사장과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같은 날 교육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이 김건희 여사 논문을 검증한 교수를 동명이인으로 착각해 질타한 것을 문제 삼아 “(정 의원은)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해당 교수에게 사과하지 않았나”라고 공격했고, 국민의힘의 항의에 30분간 정회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여당은 문재인정부와 이 대표 잘못을 찾는 데만 집중하고 야당은 윤 대통령 내외를 깎아내리는 데 급급하다”며 “정책감사, 민생감사라는 본연의 업무에 여야 모두 소홀히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여야 대치 전선은 국감 3주 차인 3라운드에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손재호 김승연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