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 설움 턴 울산 현대, 17년 만에 K리그 왕좌 올라

입력 2022-10-16 17:17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2022시즌 K리그 왕좌에 올랐다. 2005년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전북 현대와 함께 ‘양강’으로 평가받으면서도 ‘만년 2인자’에 머물렀던 울산은 그간의 설움을 털어내는 데 성공했다.

울산은 16일 강원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강원 FC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울산은 10년 간 패배한 적 없는 상대인 강원을 상대로 다소 고전했다. 심지어 후반 17분 페널티킥으로 선제 골을 허용했다.

울산은 바코를 빼고 마틴 아담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공격의 강도를 높인 울산은 후반 30분 엄원상의 골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후반 41분엔 아담이 역전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가 그대로 2대 1로 종료됐고, 울산은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경기가 끝나자 울산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홍명보 감독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최근 3년 동안 전북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다 뒷심에서 밀리며 3차례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울산은 전북의 리그 6연패 도전을 저지하며 K리그 3번째 우승 트로피를 수확했다.

울산은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1983년 12월 K리그 4번째로 참가해 활약해왔다. K리그 내에서 가장 오래된 구단 중 하나로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600승을 달성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른 팀이기도 하다.


승수가 입증하듯 울산은 K리그 내에서 항상 강호로 불려왔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CL)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의 깡패’라는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리그만 오면 작아졌다. 매년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도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준우승만 10차례 거둬 최다 준우승팀이라는 ‘슬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그간 우승은 2차례에 불과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시작을 앞두고 ‘한국 축구사의 전설’로 불리는 홍 감독을 영입하고, 선수단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거쳤다. 홍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엔 승점 2점 차로 전북에 우승을 내줬지만 올핸 달랐다.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더니 조기 우승을 달성했다.

10년을 주기로 대운(大運)이 온다는 홍 감독의 ‘10년 주기설’도 또다시 완성됐다. 홍 감독은 1992년 데뷔한 해 K리그 MVP를 수상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2002년과 2012년엔 월드컵 4강 진출,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뤄냈다. 2022년엔 울산 현대가 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안았다.

홍 감독은 “1위를 고수한 뒤 마지막까지 이어간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승을 이뤄낸 건 선수들 덕”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로 돌렸다. 팬들을 향해서는 “좋든 안 좋든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맙다”고 감사해 했다. 울산의 우승 세리머니는 홈경기에 진행한다는 원칙에 따라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진행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