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계속...
임 목사: 부캐릭터가 매우 많은데 이 가운데 어떤 캐릭터가 본인이랑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창호: 제 성격이랑 닮은 캐릭터는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개성이 다 달라요. 완전 극과 극이죠.
임 목사: 성격이 다른 부캐릭터를 연기할 때마다 자아를 바꿔야 하는 게 힘들진 않나요?
이창호: 제가 힘들었던 시기는, 제가 없다는 걸 발견했을 때였어요. 정장 입고 이호창으로, 아이돌 옷을 입고 매드 몬스터로, 등산복 입고 이택조로, 댄스 스포츠 옷을 입고 또 다른 옷 입고.... 어느 날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늘 나는 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울적해지다가도 문자로 출연료가 입금되는 걸 보면 ‘내가 없어도 되겠구나’ 싶기도 해요.(웃음)
임 목사: 농담처럼 얘기하셨지만 울적해지거나 공허해질 때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요?
이창호: 일정이 없는 날에는 집에만 있는데 이 시간에 스트레스를 좀 푸는 것 같아요. 최근에서야 제가 예민한 사람인지 알게 됐어요. 그리고 요즘은 ‘나는 왜 이렇게 그릇이 작을까?’ 고민합니다. 목사님, 어떻게 하면 그릇이 커질 수 있나요?
임 목사: 너무 좋은 질문이네요. 어떻게 하면 그릇이 커질 수 있는가. 계속 안팎으로 시달리면서 커지는 것 같아요. 내 속에 여러 자아가 싸우면서 시달리는 과정, 또 내가 너무 그릇이 작아서 사람들로부터 시달리는 과정이 있죠. 우리는 그것에 시달리니까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시달리며 도망갈 수 없을 때 커지는 것 같아요. 우리는 대개 도망가고 싶어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랑 시간을 보내며 시달리면서 내가 넓어지는 것 같아요. 그 과정을 통해서 조금씩 그릇이 넓어지면 나중에 그 큰 그릇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창호: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하나님 당신께 실망했습니다’인데 그 해답을 책에서도 못 찾았는데, 오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해 주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임 목사: 매드몬스터 새 노래가 나왔다고요? 노래 들어봤는데 이번 곡 너무 좋아요.
이창호: 매드몬스터 친구들은 세계적인 아이돌이잖아요. 그 친구들은 다음세대에 보내는 메시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이번 슬로건이 사랑일 거예요. 지구가 아파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평화를 지켜야 하고, 그 평화가 있으려면 사랑이 있어야 되는데 사랑이 없는 지구에서 누군가는 소외당하고 힘들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매드몬스터가 노래방에서 부르기 쉬운, 두 개의 타이틀곡을 준비했다고 하니까 꼭 들어봐 주시고 한 번쯤 불러봐주시면 좋겠어요.
임 목사: 역시 매드몬스터는 굉장한 팀이네요. 이창호씨를 위해 만든 하이라이스가 완성됐습니다. 한번 드셔보시죠.
이창호: 하이라이스 진짜 오랜만에 먹어 보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맛있어요! 잘 먹겠습니다.
임 목사: 저는 유튜브를 한 지 얼마 안 돼서인지 악플을 읽을 때면 속상한데, 이창호씨는 어떠세요?
이창호: 저희도 악플이 있지만 별로 개의치는 않아요. 악플 쓰는 사람들이 ‘왜 내가 내 생각 쓰지도 못해?’라고 이야기할 수 있듯, 그들만 자유가 있는 게 아니고 우리에게도 삭제할 자유가 있으니까요.
임 목사: 이창호씨에게 개그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창호: 제게 있어 개그는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냥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거 같아요.
임 목사: 요즘도 개그가 재미있으신가요?
이창호: 지망생 때 오히려 즐겼던 것 같아요. 지망생 때는 한 달에 단돈 10만원을 벌어도 재밌었고, 나중에 내가 스타가 돼서 뭘 해야지? 이런 고민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에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해’ 싶을 때가 있어요. 근데 또다시 해야만 할 때는 서글프죠. 그럴 때면 친구들이 해 준 이야기를 떠올려요. ‘나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잖아’라고 해 준 이야기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아요.
임 목사: 이창호씨는 최근에 언제 가장 많이 웃으셨나요?
이창호: 곽범 선배 다쳤을 때요. 하하하. 워낙 친해서요. 요즘은 주변 사람들 덕분에 많이 웃는 것 같아요. 저는 진짜 웃음 많은 사람인데, 오히려 그래서 더 못 웃는 것 같아요.
임 목사: 나는 원래 잘 웃기 때문에 오히려 잘 못 웃는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이창호: 의식을 하게 되니까요. 어디 가면 “와 개그맨이 웃었다” 이런 말을 들어요. 누구나 다 웃을 수 있는 건데도 말이죠. 예를 들어 축구선수에게 ‘축구공 너무 잘 찬다’ 이런 칭찬이 어떻게 보면 감사하면서도 참 아이러니한 것 같아요. 그래서 웃음을 아끼게 된 것 같아요.
임 목사: 나에게 곽범이란?
이창호: 저는 항상 두 사람을 윗입술, 아랫입술이라고 표현해요. 서로 떨어져 있으면 소리가 안 나잖아요. 함께 붙어 있어야 입이 돼서 말할 수 있으니까요.
임 목사: 주변 개그맨 중에도 유튜브 하시는 분들 많죠?
이창호: 제가 개그를 일찍 시작해서 밑에서 치고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이 없었어요. 근데 요즘 보면 잘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코미디 채널이 잘 되고 있는데 그 채널을 운영자가 다 후배들이에요. 쇼박스나 싱글벙글 채널 친구들도 너무 잘하죠. 젊은 친구들이 하는 것 보면 깜짝깜짝 놀라요. 그럴 때면 저는 축하도 해줘야 하지만 질투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쟁의식이 없으면 발전이 없더라고요.
임 목사: 더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이창호: 아직 대한민국에는 코미디언이 주연으로 제작된 영화가 없어요. 외국에서는 흔한 일이고, 넷플릭스 플랫폼에는 스탠딩 코미디나 드라마 등 코미디언이 주인공인 콘텐츠가 제작되는 세상인데도 말이죠. 우리나라도 코미디언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요.
임 목사: 이창호씨는 교회 오빠로도 유명하더군요. 본인은 어떤 스타일의 교회 오빠인가요?
이창호: 음... 저는 교회 오빠인데, 교회 오빠 같지 않은 오빠인 것 같아요.(웃음)
임 목사: 네? 자세히 설명을 좀 해 주신다면요?
이창호: 분명히 교회에서 봤는데 교회 밖에서 더 많이 본 것 같은 그런 오빠요.(웃음)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고, 삶속에서 그분의 향이 나야 하는데 우스갯소리를 하자면 다른 향도 더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아, 그래도 담배는 끊었습니다.
임 목사: 와, 대단하시네요.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이창호: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끊을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담배 끊은 지 이제 한 8~9개월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딱 놓게 되더라고요.
임 목사: 어머님이 기도를 많이 하시나 봅니다.(웃음)
이창호: 제가 흘린 땀보다 어머니 흘린 눈물이 더 많으실 거예요.(웃음) 지망생 때부터 준비해놨던 멘트인데, 오늘 드디어 써먹네요.
임 목사: 어머니가 무척 자랑스러워하실 것 같아요. 근데 때론 저는 연예인이 “크리천이에요” “교회 오빠예요”라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때마다 ‘저 사람이 삶의 제약이 많아지겠다’라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자기의 신앙을 커밍아웃하는 것으로 인해 왠지 사람들이 “저 사람 교회 다니는데, 왜 저렇게 살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제약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되고요. 이창호씨는 어때요?
이창호: 저도 그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어떤 분이 “크리스천이 그러면 안 돼”라고 말씀하시면 저는 더 자유롭게 합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또 시험에 드시는 분들이 생길까 봐 걱정이긴 한데, 연예인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고백했을 때, 그 사람이 신앙에서 완성형에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사람도 우리처럼 신앙의 진행형에 있다고 생각을 해 주시는 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 또한 믿음의 걸음마 중입니다. 자꾸 넘어지는 제 신앙도 갓난쟁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임 목사: 말씀하신 것처럼 ‘신앙을 드러낸 저 사람은 대단하겠지’라기보다 ‘저 사람도 나처럼 넘어지고 일어서는 은혜로 가는 사람이구나’라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게 필요한 것 같네요. 교회 오빠 이창호씨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된 것 같은데 이상형은 어떻게 되세요?
이창호: 성경 속 리브가 같은 여인이요.(웃음) 옛날에는 외형적인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근데 이제 결혼해야 할 나이가 되니까 저에게 없는 면을 갖춘 여성에게 많이 끌리는 것 같아요. 저는 경제관념이 없어 카드, 통장, 도장도 다 넘길 거라 지혜롭게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여자분이면 좋겠어요. 나중에 만날 아내는 성경 속 말씀처럼 저의 갈비뼈라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예쁘고 아름답겠죠?
임 목사: 최근에 이창호씨 SNS에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포스팅을 봤습니다.
이창호: 저는 예전에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며 살았어요. 눈치를 보며 살아온 제가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알리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이런 걸 뭣 하러 알리나, 나 혼자만 알면 되고 하나님만 아시면 됐지’ 그랬는데, 제가 하는 선행을 알리기 시작하니까 누군가도 저의 선행를 보고 또 다른 이를 돕고 자꾸 선행이 번지더라고요. 저의 작은 선행으로 누군가가 ‘아직 살만한 세상이구나’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임 목사: 내가 뭔가를 소유하거나 잘된 것을 자랑하는 것도 문화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쓸데없이 명품이나 비싼 것을 사는 것보다 “난 이런 데다 가치 있게 돈썼어”라는 것을 드러냄으로써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따라올 수 있게 하는 것들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이창호라는 사람은 다양한 부캐릭터로 활동하며 사람들을 웃기면서 가벼운 모습도 있지만, 또 굉장히 진중한 무게감이 있는 것 같아요. 무명 시절을 겪으며 답답하고 힘든 시간도 견뎌냈고 이제는 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자리까지 왔는데, 힘든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창호: 저 같은 경우는 시간이 약이었던 것 같아요. 힘든 시기를 겪으며 상처받은 것도 결국에는 시간이 지나야 다 회복이 되더라고요. 가만히 나아질 것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진짜 한번 발광도 해보고 후회 없게 도전해 봐야 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그러다가 집 안에 가만히 있고 싶으면 또 혼자 있어도 보고 그러다가 또 세상 밖으로 나가보고 이것저것 다 해보되 모든 시간을 헛되게만 안 보냈으면 좋겠어요.
임 목사: 이창호씨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이창호: 특별할 것 없이 저는 지금 이대로 쭉 가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일하고 어느 정도의 수익도 있는 삶이요. 이렇게 건강한 것도 최고인 것 같습니다.
임 목사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이창호: 제가 항상 누누이 얘기하지만 건강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한 해 잘 마무리하세요. 가정 안에 아브라함의 축복과 다윗의 믿음과 솔로몬의 지혜와 요셉의 총명함이 있으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