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동안 전쟁이 지속된 춘추전국시대, 아직 앳된 얼굴이지만 눈빛만큼은 비장한 청년이 있다. 노비의 신분으로 ‘천하대장군’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혼돈의 전장에 뛰어든 신(야마자키 켄토). 그의 파란만장한 성장기의 두 번째 챕터가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일본 ‘장르물의 귀재’ 사토 신스케 감독이 연출한 영화 ‘킹덤2: 아득한 대지로’는 11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 누적 6400만부를 기록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2020년(국내 기준) 첫편이 개봉한 후 2년 만에 2편이 돌아왔다. 전작에서는 신이 옥좌를 빼앗긴 어린 왕을 도와 왕궁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번에는 전장에 처음 출전한 신이 거침없이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스케 감독은 애니메이션 실사판의 대가로도 불린다. ‘이누야시키: 히어로 VS 빌런’ ‘아이 엠 어 히어로’ ‘데스노트’ ‘블리치’ ‘도서관 전쟁’ 등 실사화와 더불어 그만의 독특한 장르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지난 12일 화상으로 신스케 감독을 만났다. 그는 전날 부산국제영화제 야외극장에서 ‘킹덤2’를 한국 관객에 선보이고 무대 인사를 했다. “관객들이 즐겁게 봐 준 것 같아요. 밤이라 날씨는 추웠지만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어요.”
‘아득한 대지로’라는 부제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드넓은 평원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의미하고, 알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가는 신의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킹덤’ 시리즈는 엑스트라만 700명일만큼 스케일이 거대하다.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작업이 어렵진 않았을까. 그는 “나도 원작에 빠져서 영화를 하게 된 팬 중에 한명”이라며 “팬들이 기대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그 기대치를 더 뛰어넘어서 팬이 보고 놀랄만한 걸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편에선 기마대가 등장하면서 신경 쓸 부분이 늘었다. 신스케 감독은 “일본 말은 촬영에 쓸 수 있는 수가 제한돼있어 15마리, 중국에선 100마리로 촬영했다. 일본에서 이렇게 많은 말을 써서 영화를 찍은 감독은 처음일 것”이라며 웃었다.
감독으로서 그가 본 ‘킹덤’의 매력은 전술에 있었다. 그 다음 수가 궁금해지는 치열한 전략 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그냥 단순히 전쟁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섬세한 전략을 펼치잖아요. 그래서 (‘킹덤’은) 일반 직장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어요.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는 저렇게 하겠지’ 이런 전략 싸움이 재밌었죠.”
신스케 감독은 ‘킹덤’ 시리즈뿐만 아니라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점점 세계관을 확장해가고 싶어요. 일본이 아닌 곳에 보여줘도 재밌다고 생각이 드는 작품을 만들고 싶죠. 한국 드라마, 영화도 세계 곳곳으로 뻗어가잖아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고 싶어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급성장한 지금이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잡을 적기라고 봤다.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시즌1이 공개된 그의 연출작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최근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스케 감독은 “예전 작품들도 해외에서 보는 사람이 생기고 있다. 작은 리소스라도 만들면 국경을 넘어 ‘킹덤’의 신처럼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합작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한국은 가까운 나라여서 프로듀서의 왕래가 잦고 이야기 진행이 빠른 편이니 앞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