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14일 연쇄 도발을 감행한 북한이 총참모부(남측 합동참모본부 격)를 내세워 대남 비난 성명을 낸 것을 두고 ‘불길한 시그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위협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측에 실질적 피해를 주는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15일 대변인 명의 발표에서 “전선 적정(적의 정보)에 의하면 10월 13일 아군 제5군단 전방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고 규탄하면서 “철저하고 압도적인 군사적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북한이 문제 삼은 ‘10시간 포사격’은 주한미군이 13일 강원도 철원에서 다연장로켓체계(MLRS)를 동원해 진행한 사격훈련이다. 훈련 주체가 미군이고 사격 지점도 군사분계선(MDL) 이남으로 5㎞ 이상 떨어진 곳이어서 9·19 남북군사합의와 무관하지만, 북한은 도발의 빌미로 내세웠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보통 총참모부 쪽에서 비난 성명이 나오는 것은 군사적 행동을 앞두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10년 1월 총참모부는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문제 삼아 “노골적인 선전 포고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이후 해안포 사격을 반복하다 3월 26일 천안함을 공격했다. 그해 8월에는 ‘전선서부지구사령부’ 명의로 우리 군의 서해 해상 사격훈련에 대해 ‘물리적 대응 타격’을 경고했고, 석 달 뒤인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다.
류 위원은 “지금은 북한이 계속 도발 명분을 쌓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음을 얘기하는 상황이라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며 “특히 국지 도발 가능성을 의심하며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6일 개막한 중국 당대회와 17일부터 28일까지 합참이 진행하는 ‘22호국훈련’이 북한의 도발 스케줄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북한이 우방인 중국의 ‘잔치’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남측의 호국훈련을 빌미로 현 수준의 맞대응은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이 중국 당대회 기간에 자중하더라도 이것이 좋은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도발 측면에서 봤을 때 오히려 조용하게 활동할 때가 더 위험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수면 아래에서 ‘허를 찌르는 공격’을 준비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