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를 막아라’…광주에 전국 최초 지원센터 문 열어

입력 2022-10-16 06:20 수정 2022-10-16 09:57

광주시가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전국 최초로 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예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시는 “북구 SRB빌딩에서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현판 제막식과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16일 밝혔다.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경제·문화적 사유로 3~6개월 이상 외부와 단절한 채 생활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을 위해 지난 14일 제막식을 가진 총 247㎡의 규모의 지원센터는 사무공간과 상담실, 교육장(회의실)을 갖추고 있다. 제막식에 앞서 활동에 들어간 센터는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와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상담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치유프로그램을 통한 심리지원, 생활습관 개선과 사회기술훈련, 자조 모임 등 관계 형성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센터 측은 제막식에 앞서 9월 말 기준 당사자 사례 25건을 발굴하고 120여 건의 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막식 직후 열린 간담회에는 당사자 가족들이 참석해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도움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의 상담 지원 사례 공유,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협력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상담가들은 장기간 방에만 머무는 은둔형 외톨이는 대인관계에 완전히 마음을 닫아버린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상담과 더불어 가족의 심리적 안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전 연령대가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청소년, 청년, 중장년 나이대에 따른 프로그램 개발과 은둔 요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 당사자 가족은 간담회에서 “학교폭력 이후 방 밖으로 나오지 않던 자녀가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 웃기 시작했다”며 “가족 상담까지 해준 센터 덕분에 절망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전국에서 처음 만성적 은둔생활을 하는 이들을 돕기 위한 지원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은둔형 외톨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현재 통합지원 플랫폼과 지원네트워크·사회적 활동기반 구축, 전문교육과정 운영, 회복력 기반 강화, 인식개선을 위한 콘텐츠 제작 등 5대 전략, 11개 과제를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앞서 2019년에는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시가 정신건강 관련 정책 개발을 위해 칩거 생활을 하는 이들에 대한 시민실태를 최초로 조사한 결과는 은둔형 외톨이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시가 아파트 거주하는 시민 10만 세대를 대상으로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직장 없는 20대 대졸 남성’이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은둔생활을 시작한 계기로 ‘취업실패’를 꼽은 비율은 27.8%에 달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중복 답변)은 스마트폰 사용 53.2%, PC·인터넷 게임 50.2%, 수면 41.8% 순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국내 첫 공식 연구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사회 각 분야의 비대면 확산에 따라 외부와 교류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생활하는 외톨이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건강한 광주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장기간 칩거를 하는 이들에 대한 다각적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