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110만명 회복...위기의 가정 살려낸 英 알파인터내셔널 ‘메리지코스’

입력 2022-10-16 00:35 수정 2022-10-16 15:20
니키와 실라 리(오른쪽부터) 목사 부부는 26년 전 성경적 가치관에 기반해 부부의 관계 회복과 대화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메리지코스'를 창안했다. 사진은 부부가 메리지코스의 내용과 성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

“부부 생활을 건강하게 해나가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관심사이자 과제예요. 부부의 관계가 건강해야 가정도 살아나고 가정이 살아나야 국가의 기반도 탄탄해질 수 있지요. 알파인터내셔널의 메리지코스는 바로 이 같은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고 앞으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많은 부부들이 회복되는 역사가 임하길 바랍니다.”

15일 영국 런던에 위치한 알파인터내셔널 본부에서 만난 HTB(Holy Trinity Brompton)교회의 니키(70)와 실라 리(66) 목사 부부는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지난 1996년에 자신들이 창안한 ‘메리지코스’의 내용과 성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다. 메리지코스는 성경적인 가치관에 기반해 부부의 관계 회복과 대화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니키와 실라 리 목사 부부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창안했고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전파했다.

니키 목사는 “우리 부부도 관계로 인해 힘들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메리지코스를 통해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며 “이런 좋은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우리만 누릴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부부들이 누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필사적으로 알렸다”고 말했다. 그 결과 26년 간 128개국 110만명 이상의 부부가 해당 프로그램을 경험했고 관계가 크게 회복되는 역사가 임했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전부터 부부 관계 개선과 관련한 프로그램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니키와 실라 리 목사 부부가 현장에서 직접 보여준 메리지코스는 기존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었다. 타인이 이끌어가는 일방향적이고 이론적인 것이 아닌 부부가 자율적이고 실천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가는 것이다. 주 1회 7주의 과정동안 메리지코스라는 무대 위엔 별도의 강사 없이 온전히 부부 두 사람만이 주인공 역할을 했다.

부부는 해당 주차의 주제 영상을 본 후 둘만의 긴밀한 대화를 나눴다. 강사의 조언이나 그룹 나눔 등 외부의 개입은 일절 없이 오로지 부부가 대화 실습을 통해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화의 주제는 다양하게 설정돼 있다. 친밀감 높이기, 대화와 소통의 기술, 갈등 해결하기, 용서의 힘, 원가족의 영향, 행복한 성생활, 행동하는 사랑 등이다. 눈을 맞추며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하게 대화를 나누는 부부는 어느새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 만약 부부 사이에 껄끄러운 주제가 있을 땐 메리지코스에서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는 팁들을 알려주면서 풀어나갔다. 대화의 시간 후엔 부부가 주 1회 데이트라는 과제도 수행했다.

레이첼과 앤디 부부는 메리지코스로 관계를 회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부부는 프로그램을 경험하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레이첼과 앤디 부부가 서로를 바라보고 메리지코스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모습.

메리지코스를 수료한 레이첼(45)과 앤디(43) 부부를 만났다. 이 부부는 메리지코스를 경험하기 이전과 이후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전엔 부부 사이가 매우 안 좋아 각방을 쓸 정도였다. 그러나 메리지코스를 경험하면서 그 누구보다 부부 사이가 각별해졌다. 레이첼 씨는 “메리지코스는 어쩌면 우리 부부를 살려준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실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메리지코스는 채워줬다.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고 (이전에 비해) 사랑의 깊이도 깊어졌다”고 전했다.

성경적 가치관에 기반한 메리지코스는 비단 기독교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비기독교인들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만큼 ‘전도’의 효과도 발생하는 장점이 있다. 니키 목사는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비기독교인들도 거부감 없이 경험할 수 있다”며 “비기독교인들이 메리지코스를 경험한 후 기독교에 호감을 갖고 교회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지코스는 국내에도 널리 전파되고 있다. 코로나팬데믹 등으로 가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인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구동휘 알파코리아 대표는 “코로나는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렸지만 그만큼 갈등도 늘렸다. 이는 이혼율 증가로도 연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메리지코스는 이런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런던=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