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나틱표 루나미, ‘구케’한테 두 번은 안 통했다

입력 2022-10-15 02:21

T1이 그룹 스테이지 2라운드를 3전 전승으로 마무리하고 롤드컵 8강에 진출했다. 이들은 라운드와 라운드 사이의 짧은 휴식기를 알뜰하게 활용했다. 3일 동안 철저한 메타 해석과 상대방의 실력에 대한 인정, 다른 티어 정리에 대한 적극적 수용을 토대로 좋은 결과를 냈다.

T1은 LEC 팀들의 메타 해석 결과물을 적극 참고해 티어 정리 결과에 변화를 줬다. 14일 국민일보와 만난 류민석은 “로그나 프나틱 같은 유럽 팀들이 메타 파악을 잘해서 (1라운드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들의 해석을 바탕으로 연습해보고, 따라 하다 보니 더 좋은 티어 정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류민석의 말대로 로그와 프나틱은 1라운드에 각각 3승0패, 2승1패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LEC 팀들은 바텀, 특히 원거리 딜러 챔피언에 대한 티어 정리 결과가 다른 지역팀들과 달랐다. 류민석은 “로그가 썼던 탑 마오카이와 칼리스타·소라카, 로그와 프나틱이 썼던 루시안·나미를 유심히 보고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조합을 짜서 연습해보곤 했다”고 귀띔했다.

루시안·나미는 나미의 핵심 스킬 ‘파도 소환사의 축복’ 매커니즘이 바뀌어 사장될 것으로 대회 개막 전 예상됐다. 하지만 롤드컵에 온 LEC 팀들은 이 조합을 여전히 높게 평가했고 실제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T1 역시 프나틱과의 1라운드 대결 당시 물에 젖은 쌍권총에 급소를 맞았다. 당시 T1은 이 조합의 등장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14일 펼쳐진 2라운드 땐 달랐다. T1은 루시안·나미 조합의 강력함을 인정하고, 충분히 분석한 뒤 대응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또 클라우드 나인(C9)전에선 역으로 자신들이 사용해 바텀 라인에서부터 승리의 초석을 쌓기도 했다.

프나틱은 T1과의 2라운드 대결에서도 루시안·나미를 꺼냈다. T1은 아펠리오스·쓰레쉬로 대처했던 1라운드와 달리 두 번째 대결에선 시비르·유미로 응수했다. T1 바텀 듀오는 첫 대결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라인전을 소화했다. 게임 초반부터 적극적인 딜 교환을 통해 상대의 소환사 주문을 소모시키고, 주도권을 장악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플레이를 즐기는 ‘힐리쌩’ 즈드라베츠 걸러보프의 스타일에 맞춰 게임을 풀어나간 것도 주효했다. 류민석은 “(상대의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였다. 구도에 따라 어떻게 플레이할지 정리가 된 상태였다”며 “루시안·나미 상대로 1레벨에 적극적인 플레이로 잘 풀어나갔다”고 전했다.

시비르를 플레이한 ‘구마유시’ 이민형이 통상적인 ‘치명적 속도’ 룬이 아닌 ‘집중 공격’ 룬을 선택한 것도 이미 바텀 듀오가 사전에 의논을 통해 내놓은 결과물이었다. 류민석은 “연습에서 (이 구도를) 많이 해봐서 준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철저한 분석과 대비로 T1 바텀 듀오는 ‘업셋’ 엘리아스 리프의 캐리력을 억제하고, 역으로 게임을 터트리는 데 성공했다.

류민석은 이날 치른 세 경기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게임으로 프나틱전을 꼽기도 했다. 그는 “‘힐리쌩’ 선수가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앞으로 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미(‘힐리쌩’)가 너무 까불어서 내가 주도적으로 궁극기를 쓰며 킬을 따냈던 게 오늘 플레이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뉴욕=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