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아동 연쇄 성폭력범 김근식(54)이 출소 후 경기도 의정부시 내 갱생시설에서 거주할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영환·김민철·최영희 국회의원, 최정희 의정부시의회 의장과 함께 ‘아동 성폭력범 김근식, 의정부 입소 지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공동 성명을 통해 김 시장은 “김근식이 입소 예정이라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 인근 160m 거리에는 영아원과 아동일시보호소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에는 초·중·고교 6곳이 있어 우리 자녀들의 안전이 위태롭다”면서 “김근식의 연고지는 경기도가 아니다. 아무 연관도 없던 의정부에 인면수심 흉악범이 우리 삶에 섞여들어 우리 시민이 혼란과 공포에 빠지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것을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 김근식을 의정부 소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들이겠다는 결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긴급 기자회견 후 김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담당자의 보고에 따르면 김근식의 의정부 입소는 오늘 결정됐으며 의정부로 오게 되는 이유는 ‘김근식이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법무부 결정은 범죄자 김근식이 선택한 사항을 선량한 의정부 시민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일방적이고, 오만한 결정”이라며 “인근 주민 및 학부모들이 지금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의정부 시민을 대표해서 법무부는 아동 성폭력범 김근식의 의정부 입소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시설 폐쇄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김 시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법무부 국장 면담 대신 오영환 의원과 함께 법무부 과천 청사를 방문해 법무부 차관을 만나 의정부의 반대 입장과 시민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후 이들은 법무부 청사 앞에서 김근식의 의정부 갱생시설 입주 결정과 관련한 항의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오영환 의원은 “정신 의학 전문가에 따르면 김근식은 19세 미만 대상 성범죄자 중 재범 위험이 100%에 이른다”며 “입소 철회를 위해 의정부 시민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시의회도 이날 의정부 지역 학부모연대와 함께 시의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이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와 안전이다”면서 “법무부의 강력한 감시조치가 이뤄진다고 해도, 재범위험성이 높은 김근식을 의정부에 거주토록 하는 것은 의정부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법무부에 입소 철회를 촉구했다.
김민철 의원은 이날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김동연 경기지사에게 “경기도가 나서 법무부에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도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아동 성폭력범 김근식의 경기북부 소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입소 예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법무부가 재고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이형섭(의정부시 을) 당협위원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김근식이 거주했거나 범죄를 저지른 지역은 인천이나 경기도 내 다른 지역으로 의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형을 복역한 교도소도 서울 구로구에 위치에 있다”며 “경기북부지역은 과거 접경지역 내지 군사적 사정으로 말미암아 많은 규제를 받아왔고, 그 여파로 지금도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김근식이라는 초유의 성범죄자까지 떠맡으라는 말인가? 울고 싶은데 뺨 맞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김근식이 의정부에 거주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지역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법무부를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며, 오는 16일 오후 3시쯤 의정부시청 앞에서 ‘김근식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 집회’도 계획 중이다.
김근식은 2006년 5~9월 인천 서구와 계양구를 비롯해 경기 고양·시흥·파주시 일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15년을 복역하고 17일 출소한다. 김근식은 2000년 강간치상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06년 5월 출소한 뒤 16일 만에 또다시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다.
김근식은 수감 중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가장 높은 등급인 심화 과정을 들어 총 300시간을 이수했지만 재범 위험성이 남아있다고 평가돼 추가 과정까지 이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충동 관련 약물치료의 경우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 형이 확정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김근식의 출소 직후 전자발찌를 채우고 1대1 전담 보호관찰관을 배치해 24시간 관리·감독할 방침이다. 경찰은 의정부경찰서 여성청소년 강력팀장 등 5명을 전담 특별대응팀으로 지정해 보호관찰관과 함께 모니터링에 나선다. 경찰은 의정부시 7개소 CCTV 26개를 추가 설치 요청해 현재 검토 중이다.
김근식은 ‘19세 미만 여성 접촉금지’ 준수사항과 오후 10시부터 오전 9시까지 외출 제한, 여행 금지 조치가 부과됐다. 김근식이 머무는 법무부 산하 갱생시설에서는 외출 금지 시간을 제외하면 보호관찰관에게 알리고 외출이 가능하다. 김근식이 외출하면 보호관찰관이 밀착해서 동행하고 전담 경찰관도 근거리에서 동행하며 김근식이 미성년 여성을 접촉하거나 도망가는 등 돌발행동을 하면 즉시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다. 외출 고지 없이 무단으로 시설을 나가거나 외출 금지 시간에 시설을 이탈해도 전자발찌 경보로 즉각 추적돼 체포된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