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스크레치 ‘킹 레오’… V리그 No.1 부활 시동

입력 2022-10-15 07:05
V리그 OK금융그룹의 외국인선수 레오가 14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OK금융그룹 배구단 제공

OK금융그룹의 ‘킹’ 레오가 절치부심하며 다가오는 2022-2023 시즌 V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은 14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주 개막하는 올 시즌 V리그 출정 각오를 밝혔다. 석진욱 감독과 외국인선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 주장 차지환, 베테랑 황동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신호진이 참석했다.

OK금융그룹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레오는 V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비시즌기간 몸 만들기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안녕하세요 레오입니다”라며 한국어 인사로 말문을 뗀 레오는 “웨이트를 중점적으로 하면서 비시즌 보냈다”며 “몸무게를 많이 빼 몸이 가벼운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즌이 길기 때문에 시즌 중 피곤함을 느끼는데, 그에 대응하기 위해선 웨이트가 중요하다 생각해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레오는 2012-2013 시즌부터 2014-2015 시즌 3시즌을 삼성화재에서 활약하며 3번의 정규리그 MVP, 2번의 챔피언결정전 MVP, 2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V리그를 평정한 뒤 한국을 떠난 레오는 지난 시즌 OK금융그룹으로 6년 만에 V리그에 돌아와 득점 3위, 공격 3위(성공률 54.48%), 오픈 공격 1위(성공률 50.97%), 서브 4위(세트 당 0.5개)를 기록하며 베스트7에서 선정되며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킹’ 레오에겐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난 시즌 ‘말리폭격기’ 케이타가 역대급 활약을 펼치며 V리그를 평정했기 때문이다. 한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고의 선수인 만큼 스스로도 지난 시즌 자존심이 좀 상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것 같아”고 전했다.

레오는 시즌을 앞두고 OK금융그룹의 상징적 번호 13번을 물려받기도 했다. OK금융그룹은 2014-2015, 2015-2016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외국인 선수 로베르틀랜디 시몬의 등번호 13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는데, 시몬이 자신의 번호를 구단에 되돌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다. 레오는 “OK에서 상징적인 번호”라며 “우승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 번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V리그 OK금융그룹 배구단이 14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왼쪽부터 레오, 차지환, 석진욱 감독, 황동일, 신호진. OK금융그룹 배구단 제공

OK금융그룹의 이번 시즌 1차 목표는 우선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봄 배구’에 우선 진출한다면 ‘킹’ 레오가 있는 만큼 단기전에서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OK금융그룹은 지난 시즌 5위로 봄배구에 실패했다. 특히 5세트까지 가는 경기가 많아 승점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석진욱 감독은 “지난해 승점이 많이 아쉬웠다”며 “끝내야 할 시점에 끝내지 못해서 승점 획득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마지막 20점 이후의 승부처에서 결정 지어야 할 때 어떤 패턴으로 가야 이길 수 있는지 선수들과 얘기하고 있다”며 “올해는 5세트까지 가지 않는, 끝내야 할 때 끝낼 수 있는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V리그 OK금융그룹 새 주장 차지환이 14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OK금융그룹 배구단 제공

아웃사이드히터 차지환은 올 시즌 OK금융그룹의 새 주장이 됐다. 차지환은 “신인 드래프트 전에는 후배가 3명밖에 없을 정도로 형들이 많았다”며 “형들이 ‘주장은 강하게 얘기해도 안 들어줄 선수는 없다’고 먼저 말해줘서 한결 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를 강조했다. 차지환은 “지난 시즌 우승팀인 대한항공을 이기려면 원래 하던 배구를 해선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 어떻게든 변화를 주려고 했다”며 “시행착오도 많은 와중에도 웃음 잃지 않으며 우리의 배구를 즐겼다. 우리의 배구를 코트에서 보여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경험한 그는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국가대표 욕심이 없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퍼포먼스 보인다면 언젠가 부름 받을 것”이라며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서 자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의문도 있지만, 승부욕을 갖고 선배들을 이겨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OK금융그룹으로 적을 옮기면서 V리그 최초로 전구단에서 활약하게 된 베테랑 세터 황동일은 “전구단을 돌 줄은 몰랐는데 석진욱 감독님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었다. 이어 “제 역할은 선수와 코칭 스텝들 간의 중간다리가 되는 것 같다”며 “코트에서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끄집어 내려고 솔선수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V리그 OK금융그룹 신호진(왼쪽)이 14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OK금융그룹 배구단 제공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한 신호진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각오를 다졌다. 최근 연습게임 2경기를 치른 신호진은 “프로리그와 대학리그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며 “상대팀 조직력이 단단하고 실력도 좋아서 좀 당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은 계속 패기있게 해야 하는데 당황해서 실력이 안 나오고 여유도 사라졌던 것 같다. 이걸 이겨내야 하는 것도 신인의 일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진욱 감독은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첫 연습게임을 했는데 생각보다 잘했다”며 “신호진이 대학교 1학년일 때부터 봤는데 기대이상으로 잘해서 올해 활용을 할 것 같다. 배구센스가 있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호진이) 신인상을 받았으면 한다”며 지난 시즌 박승수에 이어 2년 연속 신인상 배출도 기대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