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의 ‘킹’ 레오가 절치부심하며 다가오는 2022-2023 시즌 V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은 14일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주 개막하는 올 시즌 V리그 출정 각오를 밝혔다. 석진욱 감독과 외국인선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 주장 차지환, 베테랑 황동일,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신호진이 참석했다.
OK금융그룹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레오는 V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비시즌기간 몸 만들기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안녕하세요 레오입니다”라며 한국어 인사로 말문을 뗀 레오는 “웨이트를 중점적으로 하면서 비시즌 보냈다”며 “몸무게를 많이 빼 몸이 가벼운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즌이 길기 때문에 시즌 중 피곤함을 느끼는데, 그에 대응하기 위해선 웨이트가 중요하다 생각해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레오는 2012-2013 시즌부터 2014-2015 시즌 3시즌을 삼성화재에서 활약하며 3번의 정규리그 MVP, 2번의 챔피언결정전 MVP, 2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V리그를 평정한 뒤 한국을 떠난 레오는 지난 시즌 OK금융그룹으로 6년 만에 V리그에 돌아와 득점 3위, 공격 3위(성공률 54.48%), 오픈 공격 1위(성공률 50.97%), 서브 4위(세트 당 0.5개)를 기록하며 베스트7에서 선정되며 여전한 실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킹’ 레오에겐 만족스럽지 않았다. 지난 시즌 ‘말리폭격기’ 케이타가 역대급 활약을 펼치며 V리그를 평정했기 때문이다. 한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고의 선수인 만큼 스스로도 지난 시즌 자존심이 좀 상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데 집중한 것 같아”고 전했다.
레오는 시즌을 앞두고 OK금융그룹의 상징적 번호 13번을 물려받기도 했다. OK금융그룹은 2014-2015, 2015-2016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외국인 선수 로베르틀랜디 시몬의 등번호 13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는데, 시몬이 자신의 번호를 구단에 되돌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다. 레오는 “OK에서 상징적인 번호”라며 “우승이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 번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OK금융그룹의 이번 시즌 1차 목표는 우선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봄 배구’에 우선 진출한다면 ‘킹’ 레오가 있는 만큼 단기전에서 우승까지 노려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OK금융그룹은 지난 시즌 5위로 봄배구에 실패했다. 특히 5세트까지 가는 경기가 많아 승점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석진욱 감독은 “지난해 승점이 많이 아쉬웠다”며 “끝내야 할 시점에 끝내지 못해서 승점 획득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마지막 20점 이후의 승부처에서 결정 지어야 할 때 어떤 패턴으로 가야 이길 수 있는지 선수들과 얘기하고 있다”며 “올해는 5세트까지 가지 않는, 끝내야 할 때 끝낼 수 있는 배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웃사이드히터 차지환은 올 시즌 OK금융그룹의 새 주장이 됐다. 차지환은 “신인 드래프트 전에는 후배가 3명밖에 없을 정도로 형들이 많았다”며 “형들이 ‘주장은 강하게 얘기해도 안 들어줄 선수는 없다’고 먼저 말해줘서 한결 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를 강조했다. 차지환은 “지난 시즌 우승팀인 대한항공을 이기려면 원래 하던 배구를 해선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 어떻게든 변화를 주려고 했다”며 “시행착오도 많은 와중에도 웃음 잃지 않으며 우리의 배구를 즐겼다. 우리의 배구를 코트에서 보여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를 경험한 그는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국가대표 욕심이 없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퍼포먼스 보인다면 언젠가 부름 받을 것”이라며 “워낙 쟁쟁한 선배들이 많아서 자리를 쟁취할 수 있을까 의문도 있지만, 승부욕을 갖고 선배들을 이겨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OK금융그룹으로 적을 옮기면서 V리그 최초로 전구단에서 활약하게 된 베테랑 세터 황동일은 “전구단을 돌 줄은 몰랐는데 석진욱 감독님이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었다. 이어 “제 역할은 선수와 코칭 스텝들 간의 중간다리가 되는 것 같다”며 “코트에서 선수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끄집어 내려고 솔선수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를 한 신호진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각오를 다졌다. 최근 연습게임 2경기를 치른 신호진은 “프로리그와 대학리그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며 “상대팀 조직력이 단단하고 실력도 좋아서 좀 당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인은 계속 패기있게 해야 하는데 당황해서 실력이 안 나오고 여유도 사라졌던 것 같다. 이걸 이겨내야 하는 것도 신인의 일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진욱 감독은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첫 연습게임을 했는데 생각보다 잘했다”며 “신호진이 대학교 1학년일 때부터 봤는데 기대이상으로 잘해서 올해 활용을 할 것 같다. 배구센스가 있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호진이) 신인상을 받았으면 한다”며 지난 시즌 박승수에 이어 2년 연속 신인상 배출도 기대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