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살던 김근식, 왜 의정부로?” 주민들 집단 분노

입력 2022-10-15 00:06
오는 17일 출소하는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54). 인천경찰청 제공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하고 출소하는 김근식(54)의 경기 의정부 내 갱생시설 입소가 확정되며 미성년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김근식 출소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고 집단 시위에 나설 조짐을 보이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근 경기 의정부시장과 최정희 시의장은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 성폭행범 김근식이 의정부에 있는 갱생시설인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입소 예정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근식이 출소 뒤 의정부로 온다는 한 방송사 보도 등에 불안하던 의정부 시민들은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자 불안 호소를 넘어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는 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김 시장의 기자회견 후 약 9만500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지역 최대 맘카페 ‘의정부맘들의모임’에는 분노와 우려 섞인 글들이 빗발쳤다. 한 회원은 “할 수 있는 지인들을 모두 총동원해 항의 전화를 하자. 다른 지역 맘들도 의정부 발전을 위해 함께 도와달라”고 글을 올리면서 지역구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 등을 공유했다.

회원들은 지자체에 집단 항의 전화를 하자며 전화 인증을 올리기도 했다. “행정이 마비될 때까지 전화해야 한다” “의정부 맘들의 힘을 보여주자” “의정부 주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등의 격한 반응들도 보였다.

특히 인천 주민이었던 김근식이 의정부에 별다른 연고도 없었다는 점에서 ‘때 아닌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도 커지고 있다.

한 주민은 “아이들은 전국 어디든 있고 흉악범이 주변에 오는 건 모두 싫을 테니 ‘내 동네만 아니면 된다’는 얘기가 아니다”면서도 “인천에 사는 사람을 왜 경기 북부까지 와서 시설에 맡기느냐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동네가 저런 흉악범을 마다치 않고 받아주는 그런 곳으로 보였느냐”고 토로했다.

의정부지역 맘카페 게시글 캡처

김근식이 입소 예정인 갱생시설이 위치한 의정부시 가능1동 주민이라고 소개한 회원은 “그쪽 빌라 단지에 살고 있어서 지역 지리를 잘 알고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인근에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도 여럿 있고, 대형 교회가 두 곳이나 있어 주말에 행사도 자주 열린다”고 했다.

이 주민은 야구 연습장, 약수터, 공원 등 아이들 혹은 가족 단위로 오는 시설이 많다고 증언했다. 가능동의 다른 주민도 “안 그래도 어둑한 골목이 많은 지역인데,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지 말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해당 지역에는 경기북부과학고·의정부고·경민고·녹양중 등 중고등학교가 밀집해 있다.

시민들은 집단 행동도 계획하고 있다. 맘카페 회원들은 15일 의정부시청 앞에서 김근식의 의정부 갱생시설 입소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김 시장 기자회견 후 빗발치는 민원 전화가 쏟아진 법무부 산하 기관들은 당혹감을 표하고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북부지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근식이 의정부에 온다고 오늘 오후 밝히면서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인 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건 이해하지만 우리 측도 명쾌하게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청이 김 시장 기자회견을 통해 김근식의 입소 소식을 밝혔지만, 법무부에서는 어떤 내용도 시달한 바 없어서 직원들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법무부 산하 갱생시설로, 출소자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직업 훈련 등 사회 복귀를 도와주는 곳이다. 법무부는 김근식이 일반 거주 지역에 살 경우 주민 불안이 클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방안을 고안해 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근식이 이 기관에서 거주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2년이다. 첫 6개월 거주 뒤 심사를 거쳐 3차례 연장할 수 있다.

의정부보호관찰소 관계자도 “민원이 폭주해 확인해보니 시청에서 김근식 관할이 이곳이 됐다고 발표했더라”면서 “법무부에서 공식 확인한 것이 아니라 민원이 오더라도 제한된 답변만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근식은 2006년 6~9월 인천시 서구와 계양구를 비롯해 경기도 고양·시흥·파주시 일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만일 의정부 지역 갱생시설로 입주가 확정되면 17일 새벽 5시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출소해 해당 시설로 곧장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