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잇업(Turn it up)’ ‘예수 아름다우신(Beautiful Savior)’ ‘나씽 이즈 임파서블(Nothing is Impossible)’….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젊은 크리스천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찬양으로 유명한 찬양사역자 러셀 에반스(55·호주 플래닛쉐이커스 교회) 목사가 한국을 찾았다.
플래닛쉐이커스 교회는 1997년 에반스 목사가 호주 멜버른에 설립한 교회로 찬양 사역을 중심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했다. 호주를 비롯해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푸아뉴기니에도 캠퍼스를 두고 있다. 찬양팀 ‘플래닛쉐이커스’는 미국 빌보드 히트시커(Heatseeker) 차트 3위에 오르는 등 호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제26차 세계오순절대회(PWC) 참석차 방한한 그를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에반스 목사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처음이다. 그는 “이 시대는 성령을 향한 갈망을 되찾아야 한다”며 “(다음 세대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메시지는 변해선 안되지만 전달하는 언어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세대에 다가가려면 기성세대의 편견이 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이 3번째 방한이다. 세계오순절대회(PWC)에서도 이틀에 걸쳐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에서 특별히 강조한 메시지는.
“팬데믹 기간은 교회의 장·단점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시기였다. 교회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또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마주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면서 현대화됐다. 특히 ‘다음세대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았다. 교회가 다음세대를 향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이전부터 있었던 이슈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가속화되지 않았나 싶다.
전통적인 신앙적 가치가 ‘기도’ ‘믿음’ ‘제자도’였다면, 새로운 가치는 ‘보여주는 것’에 있다. 말 그대로 다음세대는 시각적으로 모던한 것을 추구한다. 다음세대를 공략하는 데 있어 메세지는 변하면 안된다. 하지만 전달하는 언어는 변화되어야 한다. 이번 PWC 대회가 그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세대는 교회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예배는 신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교회를 찾지 않는 사람들도 교회 문턱을 넘어올 수 있어야 한다.
-플래닛쉐이커스는 청소년·청년 사역의 선두주자다. 특히 워십밴드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성장 원동력이 뭘까.
“‘기도’ ‘제자도’ ‘주님의 임재.’ 이 3가지가 플래닛쉐이커스 워십 밴드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것’이다. 이것이 플래닛쉐이커스교회의 열쇠다. 그리고 젊은 마음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 교회엔 ‘플래닛 붐’이라는 청소년을 위한 팀이 있다. (이러한 시도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교회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일은 젊은 세대와 연결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가 찬양하는 가사는 하나님을 향해 있다. 과거 내 할아버지도 신세대 다운 스타일을 싫어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스타일을 통해서도 일하시고 우리의 삶에 임하신다는 것을 깨달은 뒤 기존의 편견이 사라졌다.
한국교회는 보수적인 문화가 강하다. 일례로 케이팝은 좋아하면서 현대적인 찬양을 거부하는 것은 모순적이지 않은가(웃음). 어른들이 편견을 깨뜨려야 다음 세대에 다가갈 수 있다. 젊은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는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음악 스타일, 사역 스타일이 아무리 현대적이어도 하나님은 그 가운데서 일하시고 역사하신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인간이 당신을 찬양하도록 창조하셨다. 우리의 목소리, 손과 발 등 모든 육체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악기다. 본질이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찬양의 힘은 뭘까.
“찬양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힘이 있다.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또 한국에서 찬양하든, 호주에서 찬양하든 우리는 주님 안에서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플래닛쉐이커스와 힐송은 호주의 양대 워십밴드다. 두 곳 모두 오순절교회이며, 전 세계 기독교 찬양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힐송의 사역과 다른 점은 뭔가. 아울러 두 단체가 지닌 영향력의 비결은 뭔지 궁금하다.
“나는 힐송 세계에 자란 사람이 아니라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플래닛쉐이커스교회의 강점을 말하자면 기도가 뜨겁다. 365일 24시간 성도들이 기도에 힘쓴다. 힐송은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회가 아닐까. 힐송은 전 세계적으로 연결이 돼있는 반면 플래닛쉐이커스교회는 오순절교회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힐송교회가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마 플래닛쉐이커스와 힐송이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는 세대를 전략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플래닛쉐이커스 안에도 각 연령대에 맞는 찬양팀이 나뉘어 있다. 힐송도 마찬가지다. 각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와 음악 스타일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스타일이 다양하다고 해서 말씀과 찬양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 ‘믿지 않는 이들을 하나님께로 이끄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전 세계 찬양 사역의 흐름은 어떻게 이어질까.
“유행은 매번 변한다. 그에 앞서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분의 청지기일 뿐이다. 내가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님은 매 순간 움직이신다는 것이다. 그 움직임에 집중하고, 그것에 순종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앞으로 우리(교회)가 감당할 역할이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